"글쓰다"는 끝났는가?
언제부턴가 왼손으로만 글을 쓰고 있다. 아이폰을 왼손으로 잡고 화면자판을 누르면서 그렇게 되었다. 왼손의 쓰임새가 극대화된 셈. 그간의 오른손의 노고를 보상하는 거기도 하다. 오른손잡이는 바른손으로 필기를 하기 마련인데 터치식 휴대전화기가 나타나면서 왼손의 효용성이 커졌다. 왼손잡이하면 서툴다는 선입견이 배어있는데 이걸 통해 그런 인식을 떨치게 되었다. 기술의 진보는 참 많은 걸 변화시킨다. 오른손으로 글쓰다가 양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서 왼손의 쓰임새가 늘어났다. 아이폰으로도 물론 양손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결국 왼손 엄지만 써도 전혀 글쓰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리하여 어린아이가 처음 필기도구를 쥘 때 바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잡는다고 해도 전혀 걱정할 바가 없다. 이젠 전통적인 필기도구를 쓰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어느 날엔가는 이런 필기도구들을 박물관에 가야 볼 날이 올지도 모른다.
글을 쓰다가 자판을 치다로 이젠 화면을 누르다로 바뀌고 있다. 글을 찍는다고 부를 수도 있겠다.
마찬가지로 어법에 맞고 온전한 문장에서 생략형에다 온갖 이모티콘이나 특수기호를 섞어 글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부지런히 유행을 쫒지 않으면 이런 문자를 해독할 수 없다. 남들과 같이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할 뿐더러 남이 보낸 메시지를 제대로 판독을 못한다. 어의를 담은 문자로 탈문법적인 구문을 새로 만들고 문장에 끼어들지 않던 갖가지 기호들을 쓴다. 이런 현상을 경험하지 못한 지난 세대가 이걸 보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거의 대등한 수준이 된 오늘날 지난 세대는 어리둥절한 나머지 대번에 외톨이가 되거나 나아가 왕따의 신세도 면치 못하리라. 그렇다고 무작정 유행에 뒤지지 않으려고 가랭이가 찢어지도록 유행을 쫒는 게 격에 맞는 일인가도 되새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