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샤 (pacha) 2014. 6. 22. 03:24

21일.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에 맞춰 "음악축제"가 열린다. 오늘은 날씨도 정말 좋다. 저녁 여덟시에 25도를 유지한다.


이 무렵에 동네별로 벼룩시장이 열리고 축제가 곁들여진다. 가렌느(Garenne Colombes)의 축제와 벼룩시장은 참 근사하다. 성당 앞이 지붕을 덮은 시장터이고 시장터에서 수브니르 프랑스 광장 가는 볼테르길을 죽 따라 벼룩시장이 선다. 물론 가장 중심은 지붕덮인 시장터다. 성당 옆 마당과 옆길까지 벼룩시장이 펼쳐진다. 동네축제와 함께 열리는 벼룩시장은 분위기 만점. 가장 신나는 중딩들은 달걀에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삼삼오오 떼로 들떠 다닌다. 고딩들은 오히려 집에 붙박혀 나쁜 짓을 하는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세계의 민속춤이 선보이고 꼬마 열차가 다니고 만국기가 휘날리는데 바람타고 메르게즈와 감자튀김 냄새가 구수하게 퍼져나간다. 여기저기 카페 앞에서는 무명가수의 공연이 펼쳐지고 성당옆 마당에는 포니타는 곳도 설치된다. 가렌느 축제에는 볼거리도 살거리도 많아서 인근 도시 사람들도 많이 원정온다.


벼룩시장을 갈 때마다 잃어버린 또는 잊어버린 옛날 물건들을 대하고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옛일을 되살리기도 한다.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가져나온 물건들을 다 팔아도 벌이가 대단치 않을 테지만 그저 물건 처분하는 재미로 나온 이들이 많다. 창고 대방출의 기회로 집안을 정리하자는 식이다. 물론 쓰지 않는 물건을 팔아 보자는 의도도 분명 있다. 주민들만 있는 건 아니다. 전문 장삿군도 있다. 프로들이 파는 물건은 주민들의 가져나온 물건들에 비해 비싸다.


이제 꽃피던 시절의 기억이 까마득하다. 열매가 바삐 굵어지는 중이다.


21일 자정 무렵, 쏘의 메나주리 공원의 가설무대. 

"쏘의 무도회"로 유명한 쏘여서인지 밴드의 연주실력이나 가수의 노래가 시원찮아도 많은 이들이 흥겹게 춤을 춘다.


Bourg-la-reine의 빅토르 위고길의 가정집 안뜰에 심어진 무궁화 (2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