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넘어서

난 샤를리에요(Je suis Charlie)

파샤 (pacha) 2015. 1. 15. 01:34

2015년 1월 7일-9일에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사건에 항의하는 문구 : "난 샤를리에요." 

이 테러사건으로 총 20명 사망(3명의 테러리스트 포함). 두 형제 테러리스트가 주간만평지 [샬리 에브도 Charlie Hebdo] 편집회의 중인 사무실을 습격하여 주간과 만평가, 경제학자, 경찰 등 12명을 사살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 문구는 "표현의 자유"를 대변하게 되었다. 또 이 풍자신문은 이 사건으로 본의 아니게 "관용"과 "저항"의 대변지가 되었다. 


만화와 캐리커쳐가 주를 이루는 이 주간지는 창간정신이 정치권이나 금융권과 철저하게 독립성을 띠는데 있다. 이런 정신은 사원주주제나 외부투자나 광고수입의 배제를 통해 나타나며, 대체 경제모델 옹호하고 갖가지 불관용과 근본주의를 고발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샤를리 에브도는 집단운영체재로 운영된다. 어느 한 사람이나 몇 사람이 편집 방향을 주도하는 것을 철저히 배격한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풍자정신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정치권력이나 금융권력의 개입을 거부해야 한다. 샤를리 에브도가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신문이 광고주의 입김을 배제하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법.


선지자 마호메트를 희화화했다고 이런 날벼락을 맞다니! 이슬람 신봉자들한테는 모욕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보복을 하는 것은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한데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 되는 14일에 나온 샤를리 에브도는 새벽에 동이 나고 말았다. 이틀 만에 190만부가 팔렸다. 300만부를 찍을 계획이었는데, 500만부로 늘렸다가 다시 700만부를 찍을 예정. 프랑스 신문역사상 최대의 기록. 대신 다음 샤를리 에브도는 2주 뒤에 나온다. 고작 몇 천부가 발행되던 풍자 주간지가 피의 댓가로(?) 하루 아침에 전 세계가 다 아는 유명신문이 되고 말았다.


선지자 마호메트가 눈물흘리며 용서했다고 말하는 표지는 역시 이슬람 신봉자들한테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르라렌의 건물벽에 붉은색으로 찍은 Je suis Charlie. 



쏘의 담벼락에 찍은 "난 샤를리에요."



RER B의 객실 창문턱에 씌어진 "난 샤를리가 아니라니까." 

당연하다. 모두가 샤를리가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누구한테나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정치와 종교를 뒤섞으면 혼란이 생긴다. 둘을 따로 생각해야지 통째로 묶는 순간 극단적인 전체주의로 빠진다. 벌써 이슬람권에서는 "반샤를리" 집회가 불붙고 있다. 어디서건 섣부른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