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쏘, 쏘공원, 부르라렌
우리 집 앞의 단풍
파샤 (pacha)
2018. 11. 14. 06:56
2018.11.13
풍경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다. 마음으로 본다. 여유가 생겨야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며칠 전 아침 보도에 지천으로 떨어진 피나무 잎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달려 있을 때는 대단치 않았는데 낙엽으로 떨어지니까 양이 정말 어마어마한데. 잎 떨군 나무와 우거졌을 때는 참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다.
쉬는 날이라 시장보려고 현관을 나서는데 바로 앞에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 여느 때 같으면 발걸음을 재촉하느라 볼 여유가 없어 도무지 단풍이 들었는지 떨어지는지 통 관심이 없었을 텐데. 송풍기로 낙엽 날리는 것은 출근 때면 곧잘 본다. 그런데 정작 단풍을 볼 여유는 없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하고 일어나서 머리를 잠시 굴렸다. 얼핏 큰맘먹고 샤토브리앙의 집을 한 번 가보나? 그렇지만 설겆이도 해야 하고, 시장도 보아야 할테고, 청소기도 돌려야 하는데. 에라 읽기 시작한 책이나 맹렬하게 읽자. 식빵과 건전지는 사야 하니까 시장보러 가야 하고, 밀린 설겆이도 해야 하고, 청소한 지 일주일이 지났으니 청소도 하지 않을 수 없고... 자연 샤토브리앙의 집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또 점심은 어떻게 떼운담? 밀린 책이 수십 권이다. 그래 집안 일도 하고 책을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