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쏘, 쏘공원, 부르라렌

파탈라 세이그(Fathallah Sâyigh)의 여행기, [사막과 영광]

파샤 (pacha) 2020. 5. 15. 02:33

 Lamartine, Voyage en Orient

라마르틴의 [동방여행] 4부(Récit du séjour de Fatallah Sayéghir chez les Arabes errants du Grand désert 파탈라 사에기르가 사막을 떠도는 아랍인들한테 체류한 이야기)에 첨가한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사막과 영광]이다. 새벽 네 시에 잠을 깨버려 다시 잠들지 못했다. 뒤척뒤척하다가 생각난 것이 1991년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파탈라 세이그의 원고를 보고 조젭 셀로드(Joseph Chelhod)가 아랍어 원전을 프랑스어로 옮긴 여행기가 문득 떠올라 구글 검색을 했다. 퐁피두 도서관 역사 지리 코너에서 꽂혀 있던 이 책을 몇 페이지만 읽다가 말았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대 일원으로 참가한 당시는 사부아 왕국에 속했던 니스 출신의 괴짜 라스카리스(Lascaris)가 시리아의 알레포 만물상하는 파탈라 세이그를 가이드 삼아 사막지대에 사는 유목민 베두인족을 행상으로 가장하여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정신이상자로 지목할 정도로 괴짜인 라스카리스는 간첩으로 몰려 체포되기도 한다. 그는 1809년 파탈라를 만난다. 라스카리스는 아랍말을 완벽히 익히고 복장도 아랍식으로 변장하여 파탈라와 행상으로 꾸며 위험한 사막지역(특히 알레포 홈스 하마 바그다드 등) 깊숙이까지 여행한다. 역마살이 낀 라스카리스가 1817년 카이로에서 7년간의 여행기 원고만 남기고 죽는다. 영국 영사가 자기 나라에 불리한 정보를 담은 원고를 입수하여 런던으로 보내 파괴시켰다고 한다. 라마르틴은 동방여행 중에 자신의 통역가이드(drogman이라 부른다.)로부터 라타키에에 사는 자신의 친구가 라스카리스와 동행한 행상인데 고용자인 라스카리스를 위해 적은 노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라마르틴이 이 원고를 사들이고 자신의 드로그만한테 프랑스어로 옮기게 한다. 이걸 다시 라마르틴이 손을 보아 자신의 [동방여행] 마지막에 끼워넣는다. 19세기초 터키 제국의 세력이 점점 약해지는 시점 사막에 이동하며 사는 베두인족 가운데 와하비족이 부흥하는 이야기이다. 와하비족은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선조이다. 1810-1817에 이르는 7년 동안 와화비족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풍속과 지리, 역사를 이야기한다. 베두인족들이 밤샘하면서 텐트 촌에서 이야기하는 전설적인 건국 신화며 전투에 얽힌 서사시적인 이야기들이 파탈라의 여행기에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등장한다.

 

프랑수아 푸이용(François Pouillon)의 서평과 라마르틴이 쓴 이야기의 출처와 입수 경위, 그리고 [동방여행]의 이 부분의 주석을 읽으며 하루를 다 보냈다. 잠이 부족해 머리가 띵하고 흐리멍덩해 다른 것은 할 수 없어 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