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나아지다
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져 살만해졌다. 아휴! 27도 최고지만 체감온도는 28쯤. 고맙게도 저녁 7시가 지나 사흘째 비가 뿌린다. 어제와 그제보다 약한 가랑비이지만...
"데프랑과 실비"를 재미있게 읽는 중. 오랜만에 손에 놓기 힘든 소설을 읽고 있다. 그래 뭐니뭐니 해도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책을 덮을 수가 없고 또 금방 펼치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돼. 제한된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취해 관련된 인물이 아니면 정보가 차단되어 복잡다단한 극적인 장치가 일품이다. 실마리 하나가 풀리나 싶으면 다른 사건이 뒤엉겨 극적인 반전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갈등 구조가 복잡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까 궁금해서 손에 땀이 나고 부아가 치밀어 오르게 하는가 하면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도 한다. 잠시 주의를 게을리하면 사건 전개를 놓친다. 인물의 성격이 복잡한 데프랑과 실비는 그야말로 걸작이다. 강점과 약점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두 인물은 하나의 유형으로 고정된 게 아니고 상황에 맞추어 변화하고 적응하는 성격이다. 데프랑은 동시에 가학적이고 피학적이다. 그 사실을 스스로가 인식할 줄도 안다.
일곱 편 가운데 두 번째로 가장 길이가 길고 결말이 비극으로 끝난다. 다섯 번째 소설인 "데페레즈와 레핀"도 여주인공이 출산하러 자신의 어머니 집으로 갔다가 결혼을 반대하는 시아버지의 깜짝 출현으로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딸을 내팽개친다. 레핀은 오텔 디으(hôtel Dieu) 병원으로 끌려가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적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