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여자 단식 결승전
쏘공원 산책길에 마주친 어린 고슴도치
접전이 벌어질 걸로 예상했던 경기는 너무 일방적으로 두 번째 출전한 열아홉의 폴란드 선수(Iga Swiatek, 54위)가 이겼다. 처음 참가해서 우승을 해버리다니, 그 어린 나이에! 이런 걸 두고 뭐라고 해야 하나. 천재의 탄생. 코로나 감금 기간 동안 라켓도 만지지 않고 공부만 했다는데... 고3인 모양. 2세트가 거의 끝날 무렵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결승전 치고는 너무 김 빠진 경기라... 상대 미국 선수(Sofia Kenin, 6위)가 허벅지 부상으로 움직임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치더라도 너무 일방적인 게임이었다. 폴란드 선수의 첫 번째 서브 속도가 남자 선수가 버금 가는 170이 나왔다. 큰 키에 끊어 치는 파워, 완벽한 수비력... 패샹샷이며 네트 플레이, 드롭샷, 어느 것 하나 나무랄데가 없다. 내가 보기에 게임을 거듭할 수록 발전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계속 내용이 좋아졌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평점심은 놀라웠다. 결승전이라 긴장될 텐데도 얼굴에 웃음까지 띄우는 여유를 부리다니... 상대 선수가 허벅지 치료를 받는다고 자리를 뜬 상태에서 팬들을 향해 박수치며 좋아라 하는 천진난만한 소녀라고 해야 하나, 괴물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걸 두고 뭐라고 해야 할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어쨌거나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다! 폴란드 선수의 성을 두고 프랑스 텔레비전의 아나운서들도 발음이 어려워하며 여러가지로 말한다. 슈비옹텍, 모르겠다, 폴란드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다른 그랜드 슬램과 달리 롤랑가로스의 여자 우승자는 해마다 바뀌고 늘 새 얼굴이 등장해서 신선했는데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