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쏘, 쏘공원, 부르라렌

점심 때 손님을 초대하다

파샤 (pacha) 2020. 10. 25. 00:47

파리에서 이 선배네가 다녀갔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쏘공원 산책을 나갈까 했는데 흐리고 꾸물꾸물해서 그만두었다.

 

새벽 3시20분께 잠을 깨어 설쳤다. 점심 준비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활동개시. 손님이 간 다음 피곤하고 도통이 생겨 페르벡스 한 포를 타마셨다. 목덜미가 뻐근하다. 머리가 아픈 증세는 손님이 갖고온 적포도주를 마신 뒤부터이니까 단순한 두통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그 포도주가 질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보이는데... 수면 부족으로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백포도주의 경우 질나쁜 것은 금방 머리가 아픈데, 적포도주는 그 보다는 덜해도 가끔 그런 증세가 생긴다. 가능하면 적게 마시더라도 괜찮은 포도주를 마시는 쪽을 택한다. 이제 취하도록 마실 나이도 지나 일정량을 마시면 금방 한계에 이른다. 세 잔까지가 적당하다. 

 

7년 전 사두고 읽지 않은 피가로 잡지 별호 [스완네 집쪽으로] 백주년 기념호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다음 주에 이 선배네와 일리에콩브레(Illiers-Combray)를 갈 계획이다. 1876-1879년에 걸쳐 레오니(Léonie) 고모네에서 바캉스를 보낸 추억이 [스완네 집쪽으로]에 고스란히 전사되어 나온다. 그 유명한 마들렌 일화가 바로 레오니 고모와 얽힌 사건이다. 하녀 프랑수아즈가 닭 잡는 광경이나 두 산책로, 오베핀(산사나무) 꽃 묘사가 떠오른다.

굳이 프루스트는 경험적인 사건들을 주로 서술하면서 고유명사를 바꾸어 쓰는지 모르겠다. 일리에를 콩브레로, 카부르 해안은 발벡 해안으로... 물론 대부분의 인물들의 이름은 이해가 간다. 당사자들의 사생활 침해가 문제가 되니까. 어쨌거나 프루스트 작품에서 고유명사가 가져다주는 환기는 대단하다. 과거를 되살리는 마술램프이다.

손님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초인종 소리, 계단으로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 비본 시냇물, 산사나무꽃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