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넘어서 78

해방이다!

감금조치가 풀린 첫날 생활이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동증명서를 인쇄할 필요없고 가게가 열린 것 뿐인데... 해방감을 만끽하려고 외출했다. 희한하게 딱 맞던 모자가 헐거워졌다. 몸은 살이 불었는데 어떻게 머리는 줄어들었지, 그 참 희한하네. 바람에 날아갈까봐 몇 번을 만져야 했다. 오늘 아침까지 비가 내리고 그친 다음엔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분다. 화장실 전구 소켓에 문제가 있어 불이 나왔다 들어왔다 한 지가 오래 되었다. 아마 이사하고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싶은데. 워낙 낡은 거라 갈아끼워야 하는 것을 대충 손으로 만져 연결을 시켰다. 최근 들어 자주 접촉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 집의 전기설비는 모두 엉터리다. 이사올 때 새로 설치한 콘센트가 안 되는 게 여럿 생겼다. 욕실..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건설

70페이지인 [라인강]의 결론을 마저 읽었다. 19세기 두 강대국의 위협을 막아내려면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을 만들어야 한다. 영국과 러시아는 1815년 비엔나 회의에서 프랑스를 무력화시키고 독일과 경쟁관계를 끌어내기 위해 알자스 지방을 포로이센한테 넘겨주었다. 그리고 영국은 독일의 하노버를 차지했다. 유럽대륙의 평화를 이룩하려면 독일과 프랑스가 우호관계를 맺고 협력해야 하는데 우선 반감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결국 독일은 자연지리적으로 프랑스 땅인 알자스를 프랑스에 반환하고 동반자로서 프랑스와 힘을 합쳐야 한다. 오후 3시 지나서부터 비가 세차게 내렸다. 귀청을 뚜드리게 크게 들린다. 부쩍 비가 잦아졌다. 뭐 이게 원래 파리쪽의 오월 날씨지.

위고의 [라인강]과 라마르틴의 [동방여행]

어제에 이어 계속 위고의 [라인강] 여행기 결론 부분을 읽고 있다. 이 책은 논문쓸 때 중요한 자료여서 열심히 읽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많이 기억에서 사라졌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평소에도 이렇게 시간이 계속 주어진다면... 대부분 여행기가 그렇듯 실제 여행 일정에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집어넣은 부분이 가장 흥미로운 요소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실제 여행이란 늘 예기치 않은 사건이라든지 신기한 일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이야기 되는 "전설적인 이야기"로 소개된다. [라인강}에서 21번째 편지가 바로 삽인된 이야기 속의 이야기이다. [미남 페코팽과 미녀 볼두르의 전설 Légende du beau Pécopin et de la belle Bauldour] 여행기..

3월28일(토)

내일 새벽 여름시간으로 바뀐다. 여느 때 같으면 시간변경에 또 한 번 열올렸을 텐데 시큰둥하다. 프랑스 코로나바이러스 상황 하루 사망자 319, 전체 사망자 2314, 중환자는 4273. 그래도 프랑스 총리는 대책을 늦게 취한 것은 아니라고 발뺌한다. 그간 부족해서 의료진들한테도 원활하게 공급을 못했으면서도 중국한테 마스크 10억 장을 주문했다고 강조한다. 프랑스는 1주에 의료진한테 필요한 마스크가 4천만 장인데 프랑스 자체 생산량은 8백만밖에 안된다. 애초 산소호홉기 구비 병상을 5000개를 예상했으나 14000개로 늘릴 거라고 한다. 마스크며 의료장비가 없고, 인력이 모자라며 병실도 턱없이 부족한데도 잘못을 인정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다. 하긴 10년 전부터 의료쪽에 예산을 줄이면서 병실이 7천 개가..

3월26일(목)

3월26일(목) 프랑스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통계에 문제점이 드러나 더 이상 통계 자료를 기록하지 않을 생각이다. 양로병원이나 자택에서 숨지는 경우, 사망 원인을 확인하지 않아 실제로 코비드19로 숨진 경우도 통계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세기의 전염병 확산에 준비도 허술했지만 대책은 정말 형편없는 프랑스가 통계까지도 조작하는 작태를 보여주고 있다. 어쨌거나 지난 하루 사망자 수가 365명으로 다시 경신되었다. 의료 장비나 인력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의료진이 쓸 마스크조차 부족하다니 할 말이 없다.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해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해 중세와 르네상스에 걸쳐 최악의 전염병 페스트가 전 유럽을 휩쓸 때 전염병을 피해 모인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1349-1353)이다. 1348년 페스트가 피렌체를 습격했을 때 18세에서 28세에 이르는 일곱의 피렌체 여인들과 25세가 가장 어린 세 청년 모두 열 명이 피렌체를 벗어난다. 열흘 동안 한 사람이 열 편의 이야기를 돌아가며 나누는 100편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데카메론]은 단편 소설(nouvelle) 장르의 모델이다. 이야기는 여러 유형의 에로틱한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야기를 쉬는 날이 있었으니 실제로 인공낙원에서 보낸 기간은 열흘이 넘는다. 2020년 1월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뒤덮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자 카뮈의 [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