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랑스 정부에서 추진 중인 법률안(Projet de loi de Macron)에 반대하는 라이센스 가이드의 집회가 12월 17일에 팔레루아얄 광장에서 있었다.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에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가이드 약 300여명이 프랑스 각 지역에서 모여들었다. 마크롱 법안은 자영업자의 자격증을 무효화시켜 이 직종에 좀더 쉽게 진입하는 체제를 만들어 고용창출을 하여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변호사, 공증인, 거기에 가이드가 포함되었다.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해 서비스료를 내리고 더 많은 인원이 자영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고용창출은 둘째 치더라도 크게 두드러질 수 있는 문제점은 이런 것들이다. 첫째 이런 자영업자의 자질이 떨어져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둘째 무한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수가가 떨어지면서 자영업자의 수입이 줄어들어 직업활동이 힘들어진다. 특히 경기 영향을 크게 타는 가이드 직종의 경우 비수기와 성수기의 수입이 눈에 띄게 달라 안정된 직종이라 보기 힘든데, 자유경쟁 체제가 되면 서비스 수가가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입이 보잘것 없는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결과가 과연 고용창출 효과라고 보기는 힘들 터이다.
그때 구호가 "시험으로 되돌아가자.", "자격증은 바로 질을 뜻한다."였다.
마크롱 법안이 통과되고 2017년 경제부 장관이던 그 놈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과연 어떻게 되었나? 서류만 제출하면 무더기로 가이드 자격증을 받게 되었다. 이제는 시험이 아니라 서류제출을 통해 자격증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학교를 다녀 자격증을 받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면 전자의 경우 서류의 진위는 과연 제대로 심사되나? 쉽사리 서류를 통해 가이드 자격증을 받은 이들은 마크롱한테 감사의 뜻으로 엎드려 절할 일이다. 그렇지만 어떤 직종에서서도 자격증은 일정 기준의 평가를 통해 발급되어야 하는데 과연 그 기준이 엄격히 적용되었나는 정말 미심쩍다. 그래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세상에 무슨 자격증의 시시비비가 중요하겠는가? 대부분 직종에서는 경력을 인정받는다. 가이드 직종은 경력은 커녕 오히려 나이 많다고 홀대받는 형편이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 남을 짓밟고 올라서서 돈만 잘 벌면 그만이지 경력이고 실력이고 동료애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다. 그래 억울하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면 될 거 아냐!?
사진에 등장한 동료들은 많이 은퇴하여 현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 때 루브르에서 일할 때면 서로 다들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수적으로 적어서 서로 얼굴을 다 알아보는 때였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기학급수적으로 가이드가 양산체제에 들어가면서 이젠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 일도 없어지고 서로 나몰라라 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새로 자격증을 받은 가이드들은 나쁜 조건으로 소그룹을 끌고 다니며 일한다. 글쎄 분명 조건이 나빠졌을 테다. 나이든 가이드들은 어쩔 수 없이 시장에서 도태되어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되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가이드는 낮은 수가로 진입하고 그걸 수용하지 못하는 나이든 가이드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과연 가이드가 직업인으로 살아남을 지 의심스럽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자격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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