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생활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창밖을 내다볼 수 있는 여유(?)다.
창밖에는 잎이 돋고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해가 난다. 아파트 단지에 오가는 사람 보기는 쉽지 않다. 원래 조용한 동네지만 격리와 함께 더욱 고요해졌다. 한적한 시골로 바캉스 온 느낌이다.
때가 되면 온 동네 꼬마들이 모여들고 동네 고양이들도 노리는 그야말로 중원이다. 나무 밑둥을 보라. 얼마나 애들이 삐댓으면 풀이 자랄 수 없는 지경이다. 둥치를 보라. 하도 아이들이 매달려서 맨들맨들해졌다. 이 나무를 중심으로 숨바꼭질이나 소꿉놀이도 하고 기분내키면 나무 위로 기어 오르기도 한다. 무슨 신기한 기운이 깔려 있는지 고양이들마저 이쪽을 영역화하고 싶어한다. 지나가는 녀석마다 풀이 없는 맨땅에 대고 냄새를 맡고 몸 뒤집기를 하며 영역표시를 한다. 그래서인지 보슬이는 혹 다른 고양이가 자기 영역을 침범할까 보아 밤낮없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하루에 적어도 네 번은 순찰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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