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쏘, 쏘공원, 부르라렌

점심으로 밤을 쪄 먹다

파샤 (pacha) 2020. 11. 11. 04:25

유튜브를 통해 밤의 보늬를 쉽게 까는 법을 여러 가지 보고 한 번 해보아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던 참이었다. 월요일 카르푸르에서 밤을 제법 사왔다. 가격이 모노프리보다 훨씬 쌌지만 질은 훨씬 나빠 보였다. 

밤의 동그란 면에 칼로 홈을 파고 끓는 물에 오 분 정도 데쳤다. 그런데 이론 대로 되지 않았다. 몇 개는 쉽게 보늬가 떨어져 나왔지만 대부분은 되지 않아 일일이 칼로 보늬를 떼낸다고 안간힘을 썼다. 뭔가 잘못 된 거야. 물론 처음에 찬물에 밤을 넣고 끓이다가, 아차 그게 아니지. 얼른 밤을 꺼내고 물만 끓여 다시 집어 넣었다. 이 과정만 실수를 했지 특별한 수가 없는데... 밤의 상태가 의외로 바짝 마른 상태에다 벌레 먹은 밤이 썩은 밤이 몇 개씩 나왔다.

 

어쨌거나 보늬를 제거하고 채에 받쳐 찌는 사이에 유튜브를 다시 뒤적거렸다. 밤을 쪄서 먹은 다음 다시 컴퓨터로 한참 껍질 제거하는 법을 보았다. 기름을 넣고 데치거나 물에 데쳐서 오븐에 넣는 법도 있었다. 다음에는 기름을 넣고 해보아야 겠다. 아님 처음에 밤을 물에 한참 담가두었다가 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양이 제법 많아 점심으로 먹고도 여전히 남았다. 간식으로 먹고도 아직 접시에 찐 밤이 남아 있다.

 

점심을 늦게 먹은지라 소화를 제대로 시키고 나간다고 또 점심 때 어제 따서 마시고 남은 Lussac St-Emilion을 마저 마셨더니 제 컨디션을 찾고 나간다는 게 다섯 시가 지나 조깅하러 나갔다. 예전 뛰던 코스 대로 뛰었다. 단 앙토니 경찰서 출구쪽에 공사가 끝나지 않아 더 올라가지 못하고 야외 카페로 이어지는 출구를 조금 지나 되돌아 왔다. 대신 샤토 주차장에서 예전 우리집이 있는 로터리까지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잡았다. 그리고 주차장이 끝날 때쯤 뛰기를 멈추고 걸었다. 땀을 식힐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샤워를 하고도 계속 땀이 나니까 집까지 뛰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