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밍 페이의 기둥 없는 단일 나선형 계단을 보라. 무엇보다 날엽한 곡선미가 돋보인다. 한국사람들은 꽈배기를 하나 빼먹은 꼴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사뿐이 밟고 싶지 않은가. 계단도 이 수준이면 예술의 경지에 오른 듯하다. 그런데 나선형 계단을 오르고 있으면 올라간다는 느낌보다 돌고 있다는 느낌이 앞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고대 이집트의 이시스 신의 입문식에서 아무리 밟고 올라도 계속 추락하는 듯한 바퀴 말이다.
이 계단을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했을 샹보르성의 이중나선형 계단이 떠오른다. 같이 계단을 올라도 서로 마주치지 않게 설계된 멋진 계단 말이다. 샹보르 성이나 블루아 성에 가보라. 이오밍 페이가 설계한 계단이 눈에 띄는 점은 기둥이 없이 아래위로 붙인 것. 또 계단 한가운데 승강기를 설치하여 장애인 노약자를 배려한 점.
치마를 입고 난간에 잘못 서면 어떻게 될까? 실험을 해 볼 일이다.
입구와 출구를 통일한 피라미드 아래쪽 공간의 동선을 보라. 세 방향에서 들어오고 세 방향으로 나간다. 사진엔 나오지 않았지만 계단 왼쪽으로 서 있는 가운데 기둥은 만남의 장소, 길 잃은 사람이 서로 만날 곳으로 쓰인다.
잠시 후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 등장 인물들이 확 달라졌다.
밖으로 나갈 땐 다른 쪽에 설치된 에스컬이터를 타지 말고 이 계단을 이용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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