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카이로 북쪽 델타지역인 타니스에서 발견된 대형 스핑크스. 붉은 현무암. 키 180, 길이 480.
제작 시기는 설이 분분하다. 최대 기원전 2600에서 기원전1200까지. 가장 최근으로 잡는다면 람세스2세 시절에 제작된 것인 셈.
스핑크스가 앉은 저 편안한 자세는 아무리 보아도 고양이가 앉은 모습과 너무 닮았다. 코브라를 앞이마에 코끼리의 귀덮개를 하고 수염을 쭉 늘어뜨린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의 얼굴에 옆모습을 보면 사자의 몸뚱아리를 하고 있다. 영생 또는 회생하려면 사람 몸이 저렇게 동물과 합성되어야 하나보다. 영험한 힘을 지니려면 여러 가지가 합쳐져야 한다. 이게 바로 이집트 사람이 생각하는 신의 모습이다.
영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는 저승사자인가? 고대 이집트 유물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건 시간의 멈춤이다. 영겁의 시간 앞에서 초라한 나를 새삼 발견한다. 어떻게 그 옛날에 저런 모든 것들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다 만들 수 있었단 말인가? 게다가 추상적인 아름다움까지 갖추었다! 지금 쓰는 물건들이 이미 기원전 2-3천 년 전에 다 있었으니... 피라미드에서 나온 유물들을 보면 그냥 머리가 조아려질 뿐이다. 특히 자연 염료를 써서 그린 그림과 글씨는 너무도 선명해서 말문이 막힌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처음 루브르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또 가장 먼저 간 곳이 이집트 유물관과 메소포타미아관이었다. 그때 처음 마주쳤던 유물 또한 바로 이 스핑크스였는데 그때 받은 인상이 워낙 강렬해서 좀체 지워지지 않는다. 어떻게 저 옛날에 저렇게 단단한 큰 돌로 저만큼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을까?
코끝과 왼쪽 앞발이 훼손되긴 했어도 거의 완전한 형태를 보여준다. 앞 가슴과 옆구리에 상형문자가 뚜렷이 새겨져 있다.
통돌로 통째로 저 크기로 조각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렸을 테다. 애쓴 장인들한테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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