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톨레토 전시회 포스터.
"첫 번째 해, 지상 낙원".
새로운 르네상스를 꿈꾸는 작가의 바램을 따라 우리도 동참해보자. 피스톨레토는 예술을 통한 사회변혁을 시도하는 작가 중 한 사람.
피스톨레토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람객을 끌여들여 작품을 완성시킨다는 점이다.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엑스트라가 아닌 주연으로서 관람객이다.
포스터의 배경 화면은 어떤 그림에서 빌어왔나? 미의 삼여신의 배꼽과 섹스만을 따온 이 그림의 원작은 루카스 크라나흐의 [미의 삼여신]이다. 잘 살펴보면 크라나흐는 완전 나체를 그린 게 아니라 투명 옷을 입힌 여체를 그리고 있다.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을 보는 느낌이 든다. 저 원천에 천국이 놓여 있나?
어둡고 컴컴한 동굴은 들어가기 전에 우리를 두렵고 무섭게 만든다. 일단 들어가고 나면 두려움과 무서움은 사라지고 점차 친숙한 공간으로 바뀐다. 신비에 싸인 부분을 만들고 그걸 통해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게 예술행위의 본질이다. 그런데 친숙한 공간을 낯선 공간으로 묘사하는 것도 감동을 만드는 또 다른 방편이다. 일상성에서 신비성을 부여하기다. 익숙하고 평범한 것에서 낯설고 신비로움을 만들어내는 것. 낡고 평범한 대상에 새로운 시선으로 다가가게 하고 예기치 않은 의미를 부여하는 일. 크라나흐가 여신한테 입힌 투명옷이 바로 그런 경우다.
[오벨리스크와 제3의 천국], 1976-2013. 고리 양쪽으로 [마를리의 기마상]에서 앞발이 절묘하게 드러난다. 남성과 여성의 결합.
[별로된 자화상], 1973. 투명한 재료에 작가의 실물크기의 실루엣과 천문대에서 찍은 은하수를 겹친 것. 소우주와 대우주의 만남. 소우주인 자아가 소멸하면 대우주는 없어진다. 세 개의 빨래 집게가 떨어지면 우주의 조화가 깨어지리라.
오늘도 푸른 옷차림의 청소부는 감옥 뜰을 쓸고 있다.
[인물], 1962. "회화-거울" 계열에 속하는 피스톨레토의 초기 작품으로 보는 사람이 작품에 등장해야 진정한 작품이 된다. 어쩌면 거울 속에 비친 관객이 진짜 주연이다. 실물 크기의 인물은 화면 속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지나가는 관람객이 참여하여 하나의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칙칙한 양복을 입은 저 꺼부정한 중년신사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현재의 또는 미래의 모습. 저렇게 현재가 고정될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바뀐다. 아래쪽 그림에서 이젤 앞에서 자화상을 만드는 젊은이들을 보라. 15년만 지나면 꺼부정한 중년이 된다.
[이젤에 놓인 캔버스], 1962-1975. 보는 사람의 자화상을 만들게 설치한 이젤.
[신성한 얘기, Anselmo, Zorio, Penone], 1962-1974. 관객들은 이 세 사람의 1960년대 후반에 'Arte povera 빈약한 미술'의 기치를 들고 나온 예술가들의 얘기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청바지 차림의 세 예술가의 삐죽 솟은 머리카락을 보라. 반항기를 온 몸에 타오난 친구들 같다.
[모임 X], 1962-1965. 공산당 집회인가? 집회 참가자들이 열의가 없어 민망하다. 빨간 깃발을 흔들 때가 됐다.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을 지니 우리 모두 모임에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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