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보아야 하는 파리의 명소

팔레 루아얄 안뜰 - 다니엘 뷔렌의 기둥

파샤 (pacha) 2014. 3. 15. 03:14

29.08.2015.


뱃머리 장식을 죽 장식해두어 선두광장이라 부른다.


17.07.2015


2015.5.18. 외출나온 학생들이 점심 먹는 모습.


다니엘 뷔렌의 [기둥], 왼쪽으로 공사 중인 코메디 프랑세즈의 임시 극장이 보인다.


모처럼 중국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다니엘 뷔렌의 기둥에 앉아 부서지는 봄볕을 쬔다.

음표들을 가지런히 정리해둔 듯한 현대조각품은 미학성과 효용성을 동시에 갖추었다. 기하학적인 공간구성에다 희고 검은 띠를 두른 기둥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하수구에 뿌리를 내리고 물을 빨아올려서인지 하늘 향해 머리를 곶추 세운 기둥들이 있는가 하면, 난장이처럼 땅바닥에 붙어 기는 음표 같은 것들도 있다. 어른 키만한 기둥에서 그보다 키작은 몇 가지 기둥들이 네모지게 심어져 있다. 기둥 사이로 땅금을 표시해두어 건축물의 단면도를 보는 듯도 하고, 밑둥에서 잘린 기둥에서 등걸이 좀 남은 기둥, 기둥이라고 할 만큼 꼴을 갖춘 기둥들이 줄지어 있어 인공적인 현대판 폐허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두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필립 글래스풍의 세련된 반복음을 낼듯한 기둥들 사이로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기둥 꼭대기를 딛고 올라 발레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의자 높이의 기둥에 앉아 책을 읽는가 하면, 먹을 거리를 꺼내 우적우적 씹기도 한다. 나처럼 휴대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문자를 보내는 이도 쉽게 눈에 띈다.


안뜰로 들어서며 새삼 바닥에 깔린 포석들이 참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이 자리를 지킨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수도 없는 사건을 목격했을 거무수레한 포석들을 다시 한번 내려다보았다.혁명가들이 세도가들이 이도저도 아닌 보통사람들이 무수히 딛고 스쳐지나간 포석들! 이 바닥에 핏자국이 선연하기도 하고 불타던 연기 속으로 잿가루가 수북이 깔리기도 했을 터다. 총든 보초들의 급박한 발자국 소리가 울리기도 하고, 들뜬 가슴으로 야회로 가는 우아한 여인들의 사각대는 치마끌리는 소리와 또각거리는 구두소리도 들린다.


다시 다니엘 뷔렌의 기둥에 앉아

일본식당에서 연어구이를 먹은 뒤 날씨가 좋아 팔레 루아얄 안뜰로 들어온다. 많진 않지만 늘 일정한 사람들이 광장 여기저기에 보인다. 가장 높은 기둥 꼭대기에 올라가 앉은 사람, 앉은뱅이 의자 높이의 기둥에 걸터 앉은 사람, 아이들은 역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논다. 아케이드 통로쪽으로는 사람들이 어슬렁대며 오간다. 

다시 날씨가 청명하고 기온이 봄에 걸맞게 이십도 가까이 올라갔다.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한결 가볍고 옷차림은 금세 얇아졌다.

레인보우의 노래를 들으며 글을 꺼적거린다. 때로는 애조띤 노래가 때로는 춤곡풍의 흥겨운 레인보우의 음악이 더없이 달콤하다.

방금 광장으로 들어온 관광객들들은 사진찍기에 바쁘다.

어제 저녁 포도주를 마시고 새벽 두 시쯤 갈증과 함께 두통 때문에 두어 시간 잠을 뒤척였다. 쨍한 햇볕을 쐬자 남은 두통이 많이 가신다. 차지 않은 바람에 술기운이 하나둘씩 씻겨나간다.

지금 들어온 고딩들은 기둥머리에 손집고 말타기하는 자세로 기둥을 넘기도 하고 가장 높은 기둥으로 곧잘 올라탄다.

다시 일할 시간이 다가온다. 사십 분 정도 잘 쉬었다. 다시 지하세계로 내려가야 한다.


팔레루아얄의 열주 아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