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근교의 명소들

일드프랑스 남쪽의 섬, 쏘(Sceaux)

파샤 (pacha) 2012. 2. 24. 00:43

소공원 동북쪽 모서리의 로타리 건너편의 아파트 모습. 길 하나를 건너면 라카날(Lakanal) 고등학교. 이 고등학교는 일드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생긴 학교로 1885년에 문을 열었다. 당시 정원 850명에서 현재 2500명으로 늘어났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부르라렌(Bourg-la-Reine), 승용차 진행방향은 북쪽으로 6킬로쯤 가면 파리가 나온다. 아파트 옆 노란통은 우체통이고 그 옆이 이젠 골동품이 되어가는 공중전화 복스.


쏘는 루이14세 때 2인자로 니콜라 푸케의 경쟁자인 콜베르 제상의 성이 자리잡은 곳. 콜베르의 아들 세늘레(Seignelay)가 성을 루이14세 아들한테 팔면서 주인이 바뀐다. 프랑스 대혁명 때 헐린 성은 그 자리에 19세 중엽에 다시 세워진다. 물론 원래의 성에 비해 규모가 작아지고 질이 떨어지는 자재로 지었다. 현재 일드프랑스 박물관으로 쓰인다. 이 성보다는 앙드레 르 노트르가 설계한 정원이 훨씬 멋지다.


발자크 작품에 [쏘의 무도회]라는 제목이 나올 정도로 19세기부터 쏘는 야외 무도회로 유명하다. 


퀴리 부처가 살았던 동네이기도 하다. NRF의 간판 비평가 자크 리비에르와 [대장 몬느]의 작가 알랭 푸르니에가 라카날 고등학교 시절에 만나 우정을 나눈다. 쏘 공원 어딘가에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을 법하다. 리비에르는 푸르니에의 여동생과 결혼을 하게 되고, 푸르니에는 파리에서 언뜻 만난 첫사랑을 못잊고 오랫동안 방황을 한다. 프랑스 고등학생이면 누구라도 읽어보았을 [대장 몬느 Le Grand Meaulnes]의 작가 알랭 푸르니에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사한다. 시적인 문체로 청소년 시절의 애틋한 사랑과 우정을 다룬 자전적인 소설로 샤토브리앙, 네르발, 푸르스트의 계보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작가다.


 

해뜨는 동쪽을 향해 세운 오로르 정자, 라카날 고등학교가 뒤로 보인다.


2011년 12월 세계 최초로 실시한 파리의 오토리브(대여 자동차)가 우리 동네에 두 군데가 있다. 여섯 대. 전기차라 오염 제로라고 광고하고 있다. 봄 햇살을 받아 무서운 기세로 잎튀우는 마로니에를 보라.

펠리브르 카페 뒤가 시장터, 그 뒤쪽이 옛날 시청. 가운데 길이 바로 이 도시 중앙 시장통이다. 


이 전기차 옆구리에 "공기처럼 자유롭게" 라고 써붙여 놓았다. 한데 돈이 있어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 놈의 돈이란 게 뭔지. 그것 땜시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목숨마저 바치니. 그것에만 자유로울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훌륭한 일도 해낼 텐데. 이래도 저래도 문제는 돈, 이 웬수 같은 돈이다 돈. 그래서 일확천금을 꿈꾸며 많은 이들이 로토에 메달리나 보다.


2013년 11월 29일. 콜베르 길의 피나무 가로수의 모습. 바람이 불면 피나무 잎들이 연꼬리가 흔들리듯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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