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근교의 명소들

라데팡스

파샤 (pacha) 2012. 2. 21. 19:48

라데팡스의 중심을 이루는 광장(esplanade 에스플라나드라 부른다), 쌍둥이 빌딩 두 쌍을 따로 치면 건물 모양이 전부 다르다. 멀리 지평선 쪽에 나폴레옹의 승리의 개선문이 보인다. 라데팡스의 신개선문(프랑스 대혁명 2백주년에 선보임)에서 나폴레옹의 개선문까지는 4.5킬로, 거기부터 루르브까지 약 3킬로이다. 확 트인 전망이 펼치는 도시계획의 묘미를 한번 느껴보라. 


왼쪽 화면 아래에 지하철 역 입구가 나 있고 그 위로 원호를 그리는 지붕을 한 건물이 크니트(CNIT)라 부르는 라데팡스에 가장 먼저 들어선 건물(1958). 당시 기둥 없이 지붕으로만 지탱하는 건물로서 세계 최대규모였다. 주로 전시공간으로 쓰인다. 왼쪽으로 보이는 높은 빌딩이 프랑스 전기공사(EDF). 바닥에 붙은 붉고 푸른 철구조물은 현대조각. 이 걸로 삭막함은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한 모양인데... 크니트를 지나면 세자르의 [엄지손라락]도 볼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콘크리트와 유리 냄새를 지울 수 있을까. 


모든 교통시설이 지하로 처리되면서 중심을 관통하는 에스플라나드가 더없이 시원하게 뚫려있다. 대신 지하는 좀 을씨년스러운 건 사실. 뭔가 삐까 번쩍하고 세련되어 보이면 껌벅 넘어가는 한국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이 동네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곳. 신도시라면 편리성이 돋보여야 할텐데, 하긴 편리성의 기준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편리하지는 않다. 대규모이면 모든 걸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일단 한번 이 소굴로 들어가보라. 게다가 모든 게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길 한번 잘못 들면 다시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 층을 많이 올려 효율성을 높이고 개발효과를 볼 테지만 어디 편한 데를 찾아보아라. 라데팡스는 이제 과포화 상태인데도 300미터 짜리 빌딩을 두세 개나 더 세울 계획을 하고 있다. 출근 시간에 이쪽 지나는 지하 교통편을 이용하면 탄 사람의 반 이상이 라데팡스에서 내린다. 그래도 모자라 사람들을 더 끌어모으려고 하다니. 이 동네 낮 인구가 25만을 헤아리지만 대신 밤에는 5만으로 줄어드는 대표적인 사무실 지역이다. 하부구조나 안 따라 주는데도 효율성만 따지는 미친 짓거리는 한국이나 프랑스나 매한가지. 그래도 한국의 신도시 보다는 오래 계획하고 지은 태는 난다. 기능성과 경제성만 돋보이는 현대도시에는 정작 주인공인 인간은 부산물이 된 듯하니 이게 무슨 조화람.


저기 끝에 공사 중인 빌딩은 이제 완성되었다. 현재 라데팡스 지역은 계속 서진하는 중이다. 2017년에 낭테르까지 신도시가 연장 건설될 계획으로 있다. 이렇게 되면 공산당의 보루였던 낭테르 시도 분명 우파쪽으로 기울고 말 것이다.


라데팡스는 방어라는 뜻인데, 현대문명의 방어벽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물질문명의 앞잡이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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