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공연

베르메르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파샤 (pacha) 2017. 4. 13. 06:40

2017년 2월 22일에 시작해 5월 22일까지 진행되는 베르메르 전시회는 반환점에 이르러서도 관람객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대단한 인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아무튼 유명하고 볼 일이다. 그 명성이라는 것이 한번 얻게 되면 영원한 것인가? 통털어 보아야 서른 여덟 점 밖에 안 되는 베르메르의 작품 가운데 열 두 점이 선보이는 루브르의 전시실 앞에 줄 선 사람들은 끊일 줄 모른다. 줄 서다가 지쳐빠진 나머지 베르메르를 비롯 뛰어난 동시대의 작품들을 대하고도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이런 열기를 뿜어내는 데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텐데... 


일상적인 동작, 관습적인 장면을 영원성으로 잡아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사람과 도구, 실내 공간은 창으로 새어드는 빛으로 살아 움직인다. 빛을 받은 모든 것들은 색으로 환원되어 동영상의 정지화면 처럼 움직이듯 멈춰 있다. 겨자빛 노란색과 로얄 블루가 주는 매력은 정말 대단하다. 17세기 동시대의 화가들이 거무튀튀한 화면을 구성하는데 반해 베르메르의 화면은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밝다. 가히 인상주의의 할아버지라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는다. 게다가 강렬한 원색조를 많이 쓴다. 대표적으로 렘브란트의 어스름빛과는 정말 대조적이다.


저 투박한 여인이 따르는 우유가 영원히 흘러 멈추지 않을 것처럼 베르메르의 인기도 끝내 식지 않을 것인가?




한 시간은 꼬박 줄에 서 있었다. 줄 서려고 왔는지 전시회를 보러 왔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 앞에 선 사람들.

전시회장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 그리 크지 않은 작품들은 관람객에 가려져 보기 힘들었다. 떠밀려 가듯 움직이는 인파에 휩싸여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지난 번에 지치고 관람객에 치여 제대로 보지 못해서 다시 보러갔다. 아홉시 십분에 입장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벌써 붐비기 시작했다. 

마지막 부터 거슬러 오면서 보기로 했다. 가까이서 오래 관찰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나쁜 시력 때문에 한계가 있었지만 볼 수 있는 한 가장 자세히 살펴보았다.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하며 정말 대단한 정성을 기울였다. 돋보기가 필요한데... 슬쩍 모른 척하고 휴대전화기로 사진 찍는 여자 관람객이 보였다.

다른 작가들은 겅중겅중 뛰어넘고 베르메르 열 두 점만 두 번 정도 집중 관찰했다. 역시 참 대단하다. 작품 마다 완성도가 다르긴 해도 다른 작가에 비하면 뭔가 다른 뛰어난 점이 있다. 단색조를 뉘앙스를 달리하여 넓게 칠하는 수법은 마네 같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테크닉을 앞선 것인가?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거리감이다. 가까움과 멈을 확대시켜 대비시킨다.

인물묘사에서 동작에 촛점이 맞춰진다. 밀레의 그림에서도 이런 점이 돋보인다. 얼굴보다는 동작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

공간 연출의 특수성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대비시킨다. 보는 사람의 참여를 통해 작품이 완성된다. 분명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생략하면서 보이는 부분에 집중력을 가져온다. 나아가 일상적인 동작이나 장면에서 초월적인 면을 암시한다. 이런 점이 없다면 그냥 평범한 풍속화로 고착되고 말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