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쏘, 쏘공원, 부르라렌

트로카데로 광장 (4월 7일)의 마로니에와 샤이요 광장 앞 시위

파샤 (pacha) 2012. 4. 10. 02:26

트로카데로 광장의 마로니에, 제법 핀 모습을 보인다. 에펠탑을 마주하고 폭죽세례를 준비하는 듯하다. 7월 14일 프랑스 대혁명 기념이 밤의 불꽃놀이 축제를 알리는 전주곡인가 싶다. 혁명과 불꽃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꽃봉오리를 곧추세우고 피우기 시작하는 마로니에 꽃들을 보라. 사월 초파일 불 켠 연등행렬을 보는 듯하다. 벌써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느 해 신림동의 도림천을 따라 걸어내려가는 연등행렬이 떠오른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때가 오월 초라면 프랑스는 사월 중순이 아닌가 싶다.


이날 샤이오의 인권광장에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집회가 오후 4시에서 6시까지 열릴 예정이라는 지역 신문의 광고를 보고 도서관에서 일부러 일찍 일어나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에 도착했지만, 벌떼 같이 모인 말리와 세네갈 사람들이 광장 앞을 뒤덮고 집회 주최한 한국사람은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이와 관련해서 지역신문의 사이트에 바람맞은 얘기를 올렸는데 삭제는 안했지만 내가 올린 글을 비밀글로 처리하고 메인 화면에 드러나지 않게 만들어 둔 걸 발견하고 참 어이없어 하고 있다. 

내가 쓴 글은 다음과 같다. "프랑스존을 통해 4월 7일과 8일에 걸쳐 16시에서 18시까지 샤이오의 인권광장에서 집회가 있다는 광고를 보고 시간에 맞춰 갔는데 말리(Mali) 사람들만 잔뜩 모여 있었다. 주최측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집회가 취소되었거나 아님 연기되었을 경우 알려주었어야 도리 아닌가 싶다.

메트로에서 내렸을 때 광장 앞이 온통 사람들로 뒤덮여 있길래 5분 늦게 도착한 내가 이거 좀더 빨리 올 걸 했는데, 웬걸 한국 사람들이 아니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갔는데 바람을 맞고 말았다."


처음에 메트로에서 나왔을 때 광장쪽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참 대단하다. 저렇게 많이 모였다니. 착각은 잠시였다. 곧 바로 진실은 눈 앞에 드러났으니까. 

며칠 전에 말리에서 군사 꾸데타가 일어났는데 다행 군부에서 정권을 별 충돌없이 민간으로 이양하였다. 


요즘 시위는 찍기도 하고 찍히기도 하니 보여주기도 하거니와 보여줌을 당하기도 한다. 

이른바 인권광장에는 인권관련 문구들이 여기 저기 새겨져 있다. 대표적으로 가장 먼저 발 아래 밟히는 글귀는 프랑스 대혁명 때 제정된 인권선언 1조다 : "인간은 법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난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혼자 사는 데가 아니므로 자유와 평등에서 중요한 제약 조건은 바로 "법적으로"이다. 프랑스에서는 시위하려면 미리 신고하여야 한다. 경찰들이 나와서 보호를 하고 있다.


어쨌거나 소규모이긴 해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시위는 이 광장에서 열리기는 열린 모양이고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막연한 기사를 위에 말한 지역신문에서 읽었다. 이틀 전에 내가 쓴 글에 답글이 달렸는데 내가 간 날도 시위가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워낙 규모가 작아서 30분을 찾아헤맨 나는 그들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다. 5월 6일에 대규모 집회를 계획한다니까 그때 다시 가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