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터 시작한 욕실 세면대 수도꼭지 갈기 숙원사업을 성공리에 마쳤다. 오전 늦게 부터 수도꼭지 분해를 시작했다.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단 작업 환경이 최악이다. 세면대 밑에 머리를 처박아 넣고 벽과 수도관 사이의 비좁은 공간에다 하수 파이프까지 방해가 되었다. 어두워서 후래시를 켜두고 작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관과 수도꼭지관을 연결하는 나사 하나까지는 쉽게 해체했다. 그런데 더운 물쪽 나사가 아무리 돌려도 돌아가지 않았다. 아는 사람한테 자문을 구했다. 녹슬어 그런 거라 접합 부분을 톡톡 쳐 보고, 스패너 둘로 하나는 고정하고 다른 하나로 돌려보세요. 아니면 WD-40을 뿌려야 합니다. 우선 스패너로 갖은 애를 다 써보았지만 별무소득.
브리콜렉스로 달려갔다. WD40을 사가지고 오고 수도꼭지 부품은 완전히 분해해서 가져가겠노라고 직원한테 일렀다.
쉽게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해서 나사를 돌리는데 성공.
분해한 수도꼭지를 통째로 가져갔다. 내가 택한 모델이 재고가 없었다. 견본을 가질까 했는데 아랫부분에 일부 손상이 가서 그만 두고 그와 비슷한 모델을 골랐다. 조립하는 방법을 직원한테 꼬치꼬치 물어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우려한 만큼 설치 작업이 어렵지 않아 생각보다 훨씬 빨리 해치웠다. 물이 스미기 시작하여 근 일 년을 끌어 꼭지로 물이 똑똑 떨어지는 단계까지 와서 하는 수 없이 떠밀려 갈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부품값이 무려 54,90, WD40이 19,95, 후래시에 넣을 건전지 넷 3,99 그리고 찌든 기름 제거하는 세제 8,50해서 모두 87,34유로를 썼다.
믿기지 않을 만큼 뿌듯하다. 오전에 전체 물흐름을 닫는 꼭지를 돌리는데 온 힘을 다 쏟았더니 손바닥과 손가락에 뻘건 멍이 여기저기 들었다. 어찌나 뻑뻑하던지, 작업용 장갑을 끼고 했는데도 상처가 났다. 열 두시 가까운 늦은 오전에 시작해서 오후 다섯 시 가까워서 작업완료!
'마로니에, 쏘, 쏘공원, 부르라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점심은 스파게티, 저녁은 떡뽁이로 (0) | 2020.11.09 |
---|---|
5500미터 가량 뛰다 (0) | 2020.11.08 |
브리콜렉스와 모노프리를 다녀오다 (0) | 2020.11.05 |
5400미터 가량 뛰다 (0) | 2020.11.05 |
청소로 마음을 다잡다 (0) | 2020.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