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칼로(Jacques Callot), 르냉(Le Nain)과 동시대 인물인 드 라투르(1593-1652)는 북구 회화, 이탈리아 회화, 프랑스 회화의 접점에 자리잡은 화가이다. 빛의 효과를 이용해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그의 그림은 당대에는 이름을 떨쳤지만 그 이후 잊혀진 화가가 된다. 드 라투르는 거의 3백 년이 지나 20세기 초에 재발견된다. 그의 훌륭한 작품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작가를 밝혀낼 수 없었다. 미술관에 전시된 작가 미상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을 매료시키고 미술사가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오랜 연구 끝에 1915년 독일의 미술사학자가 드 라투르의 사인을 통해 잊혀진 작가를 되살려낸다. 다른 뛰어난 화가들과 달리 드 라투르는 자화상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루이13세의 궁정 화가인 드 라투르는 명암 효과의 대가로 종교화는 물론 일상 생활도 주제로 다루었다. 같은 해에 파리의 생루이 섬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이 그림을 구입한 사람은 당시 유명한 테니스 선수 폴 랑드리(Paul Landry)였다. 이미 드 라투르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뒤였지만 폴 랑드리는 그의 작품을 루브르에 흔쾌히 기증한다.
명암효과의 대가 카라바조의 작품 세계와 아주 흡사하다. 명암의 극단적인 대조를 통해 사실주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풍속화를 그린 카라바조처럼 드 라투르도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사기꾼들)]과 [점쟁이](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를 소재로 그린다. 카라바조의 [점쟁이]는 루브르에, [사기꾼들]은 텍사스의 포트 워쓰에 있는 킴벨 미술관에 소장.
촛불을 통한 인공적인 조명으로 빛의 원천에서 멀어지면서 어둠이 둘러싼 화면은 밤의 세계, 밝음 보다는 어둠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대신 인공적인 조명을 통해 그림에서 시선의 집중을 유도한다.
[밤샘하는 막달라 마리아], 로스앤젤레스의 카운티 뮤지엄, 워싱턴의 내셔설 갤러리 그리고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에도 막달라 마리아를 주제로 한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일상 생활의 폐부를 면밀하게 관찰하는 드 라투르는 밝음과 어둠을 극단적으로 대비하고 색상을 제한적으로 쓰는데 카라바지오의 사실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느낌이다.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남자는 등뒤에 비장의 카드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숨겨두고 있다. 표정을 통해 각 인물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저마다 다른 꿍꿍이속을 표현한 게 흥미롭다. 각자 자신의 이해관계에 골몰한 노름판은 다름아닌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을 보여 준다. 어쨌든 이 네 사람의 시선은 교묘하게 서로 빗나간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왼쪽 세 사람은 공모인이다. 오른쪽에 따로 떨어져 순진한 표정의 젊은 청년을 속이려는 꿍꿍이속을 간교한 눈매를 통해 잘 보여 준다. 정면을 향해 왼쪽의 하녀를 향해 눈길을 흘리는 여인은 창녀다. 그 옆 하녀는 왼손에 술병을 들고 오른손에 포도주 잔을 들고 있다. 공모인 세 사람은 다 시선이 비뚤게 처리되고 사기를 당할 젊은이는 자신의 카드만 쳐다보고 있다.
카라바조로부터 출발한 노름, 섹스, 술을 주제로 한 이런 그림은 결국 윤리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왼쪽에서 비치는 조명은 벽면은 어둡게 처리하고 앞에 놓인 인물들은 더욱 환하게 부각시킨다. 사기를 당할 청년 뒤 벽면만 밝게 처리하고 있다. 이 경우 촛불을 통해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밤의 세계가 아니라 인공적인 조명을 쓴 환한 대낮이 배경이다. 작품은 사기를 당할 젊은 청년과 나머지 공모자로 나뉘어진다. 청년만 따로 떨어져 있고 나머지 세 사람은 시선을 엮어 보면 공모의 상징인 삼각형을 만든다. 사기꾼은 잘 알아보지 못하게끔 어둠 속에 드러난다. 하녀는 곁눈길을 통해 왼쪽에 앉은 남자를 흘긴다. 그녀는 이 남자가 속이려 한다는 걸 잘 알아차린다. 청년만 카드패를 향해 두 눈을 뚫어져라 보는 반면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곁눈질에 여념이 없다.
관람객이 다섯 번째의 인물이 되어 드 라투르가 제공하는 갖가지 징후를 통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관객만 사기꾼의 등뒤를 볼 수 있다. 사기꾼은 허리띠 안에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끼우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또 다른 에이스 카드를 가지고 있다. 가운데 앉은 창녀의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는 청년을 유혹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네 인물의 손의 표현이 흥미롭다. 순진한 청년의 손은 생기를 잃고 고착되어 있는 한편, 다른 세 사람은 시선 뿐 아니라 손을 통해서도 간교한 술수를 부림을 잘 드러내준다. 요란한 손놀림으로 순진한 청년의 주의력을 흩뜨린다. 가운데 화려하게 차려 입은 여인이 하녀를 시켜 청년한테 포도주를 권하게 한다. 창녀와 하녀는 묘한 손놀림으로 사기꾼이 청년한테 보이지 않게 청년의 주의를 딴데로 돌린다. 청년은 모자 위에 큰 깃털을 꽂고 있다. 이 깃털은 또 다른 징후로 청년이 사기를 당할 사람임을 알려 준다.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이 큰 성공을 거두자 드 라투르는 두 번째 버전을 제작한다. 현재 미국 텍사스 포트 워쓰(Fort Worth)의 킴벨(Kimbel) 미술관에 있다.
[창을 쥔 성 토마스]. 성 토마스는 예수의 부활을 의심한 사도로 이교도 사제들한테 맞아 죽는다.
[목수 성 요셉], 1642년께. 어린 예수 앞에서 목수 요셉이 들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 십자가에 못박히는 예수의 운명을 내다보는 듯하다.
[목동들의 경배]. 단순한 구성에 촛불 조명으로 집중력을 높인다.
[이레네로부터 치료받는 성 세바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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