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보아야 하는 파리의 명소

다시 찾은 퐁피두 센터

파샤 (pacha) 2013. 8. 16. 04:57

10월 18일.

스트라빈스키 분수, 그 뒤로 자리잡은 생메리 성당. 네르발은 이 성당에서 세례를 받는다.

천연색의 니키드생팔과 검은 색의 틴글리가 어울어진 분수대는 쉴 새 없이 물을 뿜는다. 


8월 15일.

도서관에 발을 끊고부터 더욱더 멀어진 퐁피두 센터. 도서관보다는 미술관을 더 자주 간 셈. 동쪽편에 자리잡은 카페 [보부르 파리]에 앉아.


그리도 지겹게 서던 도서관 줄. 바캉스 때라 줄이랄 게 없다. 그래도 철책 바깥까지 사람들이 늘어서 들어간다. 하지만 금방 줄어들 줄이다. 여름에 이 도서관이나 국립도서관 갈 때는 반드시 긴팔 외투를 준비해야 한다.


새치기 기법의 정수를 보려면 퐁피두 도서관 줄을 한번 서보라. 처음에 두 줄은 나중에 문 열 즈음엔 여덟 줄로 바뀐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에 가면 이 게 줄이다를 알 수 있다.


퐁피두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각오해야 한다. 두 시간까지 기다리는 날도 더러 생긴다. 이런 경우 공부하러 왔는지 줄 서려고 왔는지 애매해진다. 

그럼 성전에 들어가는데 한 시간쯤이야. 물론 사람이 많이 몰리는 도서관이라 그럴 만도 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거나 바람 끝이 매운 겨울 날, 꼬박 한 시간 좋게 바깥에서 기다려 보라. 들어가기도 전에 어깨는 뻐근해지고 다리는 납덩이가 된다. 인내와 끈기로 버티고 버틴 끝에 도서관에 입성하여 책상에 앉으면 아무리 전의를 가다듬어도 피로와 졸음이 먼저 몰려온다.

 

문제는 사람이 많아 줄이 길어서 오래 기다리면 괜찮다. 그게 아니다. 줄 잘 서야 헛일이다. “줄 잘 서야 한다”는 말은 여기서는 전혀 안 통한다. 처음 줄이 네 줄이면 도서관 문 여는 시간이면 여덟 줄 이상으로 두꺼워진다. 도서관 줄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친구가 최고다. 친구만 있으면 앞이건 가운데건 슬쩍 끼여드는 게 이곳의 관례. 휴대전화기가 없을 시절에는 새치기가 이토록 심각하지 않았다. 이제 새치기가 통신장비 덕분에 조직적으로 변했다. 주로 젊은 친구들끼리 늦게 오는 친구를 위해 먼저 줄을 서 있다가 전화 통화를 통해 앞줄로 끼어준다.

 

줄 선 이가 늦게 온 친구한테 신호 보내는 꼴 좀 보소. 손을 위로 쭉 뻗어 흔들어 대는 년, 서로 알아보지 못할까 봐 몸이 달아 까치발로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놈… 늦게 왔지만 훌륭한 친구를 발견한 년이나 놈은 의기양양하게 철책을 타넘고 유유히 끼어 든다. 친구 따라 강남 갈 때 먼저 온 이가 줄을 서준다. 친구는 좋을 지 몰라도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은 뭔가. 오금 저리도록 줄곧 기다리던 사람보다 늦게 온 사람이 훨씬 앞서 들어가니 원...

옛날에 돈 받고 팔던 천당 행 면죄부도 있었는데, 이 정도야 뭐.

단테의 [신곡]의 '지옥 편'을 읽어 보라. 못된 짓 하면 어떤 형벌이 기다리는지.

친구가 없어도 모르는 척하고 안면몰수하고 막무가내로 끼어 드는 축도 있다. 당연한 결과지만 이럴 때 뒤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새치기한 사람한테 내려질 형벌은 바로 이것이다. 줄을 따라 입구까지 가면 영원히 “다시 맨 끝에 가서 서라” 하는 벌. 아무리 줄 서 기다려도 도서관에 못 들어가는 벌이 내려질지니… 새치기 꾼들, 한번 기다려 보아라.

 

그래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으면 빨리 와서 맨 앞 줄에 서면 될 거 아뇨. 맞는 말이오.

이럴려면 적어도  한 시간 반 전에는 와야 한다.


1층의 모습. 안내소와 가게 서점, 아이들 아틀리에 지하에 전시공간이 있고, 중간층에도 전시공간이 있다. 바자렐리의 퐁피두 대통령의 초상은 늘 걸려있다.


왼쪽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미술관으로 간다.


그림책만 주로 취급하는 플라마리옹 서점과 위의 메자닌 카페 모습.


튜브라 불리는 에스컬레이터를 둘러싼 유리. 투명해서 보긴 좋아도 더운 날엔 달궈져 별로다. 정말 우연의 일치인가. 위 사진 오른쪽의 두 남녀는 아래 사진 오른쪽에 또 잡혀 있다. 


튜브에서 본 도서관 열람자들의 휴식공간. 예전에 내가 있던 곳을 구경꾼이 된 기분이 묘하다. 때로는 졸음을 좇아, 때로는 갈근거리는 속쓰림을 달래려, 또 때로는 간식을 먹으러 나오던 곳. 저 난간에 내가 있었다.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감옥의 울타리로 여겼던 시절. 감옥의 울을 벗어난 지금 과연 그때보다 더 자유로운가? 글쎄.


시간나면 다시 도서관을 규칙적으로 다니고 싶다. 바로 퐁피두 도서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