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찾은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BNF). 잔뜩 지푸린 가을날이라 하늘이 컴컴하다. 이런 날이면 실내에서는 불을 켜야한다. 정서가 불안한 사람에겐 파리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철. 보통 사람이라도 힘들기는 매한가지. 이런 날엔 저도 모르게 자살충동이 생긴다. 이건 햇빛 부족으로 생기는 현상일까. 그리도 찬란했던 여름날의 태양이 몹시 그립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스산한 가을 바람이 일면 가슴 한 곳이 횅하니 쓰려온다. 하는 공부가 일이 뜻대로 안 될 때 스트레스를 풀 마땅한 방도를 찾지 못하면 가을 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가슴 한 곳에 쌓아둔 얘기를 들어줄 친구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친구랑 만나 술 한잔하며 저녁 늦게까지 시간을 보낸다면 이런 어려움도 쉽게 이겨낼 테지만... 이런 친구를 가진 사람은 행복할진저!
파리에 살다보면 보들레르의 "가을의 노래"가 저절로 다가온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의 1968년 초판본을 구하러 간 길. 혹시나 하고 지베르 서점이나 퐁피두 도서관을 들렀지만 결정판만 있었다.
한마디로 이 건물에서 가장 빼어난 부분은 바로 나무판을 깐 계단이다. 나무 계단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바람을 맞으면서 샌드위치를 참 많이 먹었다. 건물 자체는 너무 권위적이고 효용성만 앞선다. 미학적이지도 환경친화적이지도 않다. 바깥 뿐 아니다. 안도 마찬가지. 건물에 짓눌린 나머지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늘 필요하다. 찾을 수 있는 자료가 많다는 점을 빼곤 좋은 게 뭔지 모르겠다. 더욱이 등록하는데 돈을 내야한다. 게다가 자료를 찾아 복사하려면 아주 까다롭다. 아무 책이나 열람자가 복사할 수 없다. 직원한테 페이지를 지정해서 복사를 부탁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다니고 있지만 BNF처럼 정이 안 갈 수가 없다. 한편 퐁피두 도서관을 가면 언제나 마음이 편해지고 제 집에 온 느낌이 든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벌써 오래 전 얘기다. 언젠가 건축 전공한 친구와 동쪽 카페 테라스에서 현대건축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건축가들 사이에도 국립도서관 건물을 두고 양분된다고 했다. 한쪽이 뭐 이렇다할 특징도 없고 멋대가리도 없다고 보는 반면, 다른쪽은 유리로 전면을 내세워 세련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나. 물론 난 전자에 속한다. 기능성과 편리성 그리고 미학적인 면이 동시에 갖춰졌을 때 훌륭한 건축물이란 생각이다. 예를 들어 퐁피두 센터 건물과 견주어 보라. 건물에 혼이 깃든 퐁피두 센터와 껍데기만 남은 인상을 주는 국립도서관은 큰 차이가 있다. 게다가 국립도서관 건물은 기능성과 경제성을 주로 고려한 탓에 불편한 점이 많다. 열람실 한켠에 자리잡은 화장실 시설을 이용해 본 사람은 무슨 얘기인지 다 안다. 누가 봐도 권위적인 공공건물임을 부인하지 못할 터이다. 잘 모르긴 해도 공사비용은 덩치에 비해 적게 들어갔을 것 같다.
참고로 국립도서관의 건축가 이름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그래도 장 누벨(Jean Nouvel)의 아랍세계연구소 건물은 나름 개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버스의 공동작인 퐁피두 센터 건물을 가장 좋아한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 기능성, 건물에 깃든 정신 이런 것들이 잘 조화된 예다.
유리로 외벽을 도배한 것은 현대건축의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그렇지만 시원하고 환한 느낌을 주는 이면에 해가 들어왔을 때 후끈 달아오르는 약점이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사무실이 들여다 보이면 직원들의 사생활 문제도 제기된다. 물론 국립도서관의 경우 주로 창고라서 이 문제는 별개로 쳐도 될 터지만.
열람자들 사이에도 서로 의견이 갈린다. 퐁피두파와 톨비악파로.
열람실은 사진에 보이는 바닥 아래쪽에 위치하고 위로 솟은 건물부분이 책 창고들이다.
서쪽 입구쪽에서 바라본 동쪽의 두 개의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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