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덮히는 레알의 배 모양 지붕. 미완성이라 그런지 배 밑바닥을 쳐들게 해서인지 카노페(canopée)라 부르는 지붕은 어쩐지 육중해보인다. 여러 안 가운데 선택하긴 했으나 파샤의 눈에는 그다지 탁월해 보이지 않는다. 내년 이 곳에 별 셋 단 플라자 아테네 식당을 운영하는 알랭 뒤카스가 고급식당을 열게 된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레알의 분수대(fontaine des Innocents). 레알은 중세 때부터 유아들의 무덤이 있던 곳이었다. 19세기 중반에 파리의 중앙 농수산물 시장이 있던 곳. 1969년에 랭지스(Rungis)로 농수산물 시장이 이전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시장분위기를 풍기는 레알이 참 맘에 든다. 다들 집으로 발길을 옮기는 저녁 때면 파리근교의 젊은이들이 레알 고속전철 역에 내려 바깥으로 밀물처럼 몰려든다. 이런 역류현상을 느끼고 미쳐버릴 것 같은 상태까지 이른 호프만 콩트의 인물이나 다들 파리로 가는 기차로 내려가는데 홀로 브뤼셀행 기차에 오른 네르발의 여행자를 떠올림직하다.
저녁 레알역은 욕망의 해변으로 가는 종착역이나 떠도는 젊음의 해방구가 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바깥으로 나오면 왁자지껄하니 그야말로 시장바닥이다. 레알은 농수산물 시장이 이전되었어도 날마다 인간시장이 선다. 이 시장에 들어서면 웬지 모를 힘이 솟구친다. 언제나 부산하고 활기차다. 언제 가도 어깨 부딪히게 사람들로 들끓는다. 젊은층이 압도적이다. 그렇다고 중년이나 나이든 사람들이 얼씬 않는 건 아니다. 이 동네를 오가는 사람들은 일에 쫒겨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딱히 할 일없이 어슬렁거리는 부류가 대부분이다. 뭔가 건수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네르발은 시월의 어느 날 동역에서 기차를 놓치고서 시내를 배회하다 밤이 되자 레알을 찾는다. 활기 띤 시장통에서 벌어지는 파리의 밤 풍속도를 박짐감 넘치게 묘사한다. 야채가게, 과일가게, 꽃가게, 카페, 바... 나폴레옹 시절 폴니케라는 카페에서 손님들이 난동을 부릴 때면 카페 주인 니케 영감은 우선 수도 호수를 여러 개 동원해 물을 뿌리고 이게 듣지 않으면, 그다음엔 출구를 막고 창문을 닫은 뒤 물을 채워 난봉꾼을 잠재운다 [시월의 밤]에서 "폴니케".
갖가지 패스트 푸드점, 최신 유행이 뭔지 보여주는 각종 가게들, 신발 가게, 카페, 레스토랑... 파샤가 이 동네를 자주 찾는 것은 퐁피두 센터가 있어서이다. 주로 도서관에 가려고 퐁피두 센터를 찾는다.
유아의 분수대는 16세기 중반에 활약한 조각가 장 구종(Jean Goujon)의 항아리를 인 여인의 부조로 유명하다. 루브르 박물관의 쉴리 입구를 통해 들어가다 보면 로타리가 나오고 로타리 둘레를 장식하고 있는 게 장 구종의 조각품들이다. 정의와 심판을 주제로 한 내용. 철저한 준법정신을 가졌던 입법자가 자신의 아들이 간통죄를 저질렀을 때 엄격하게 형을 집행한다. 아들의 한 눈을 파고 자신의 한 눈도 파낸다. 루브르의 카리아티드 전시실의 장식기둥 역시 장 구종의 작품. 루브르의 아폴론 갤러리에 가면 대단한 미남 장 구종의 양탄자 초상을 볼 수 있다.
19세기 중반의 생선 경매시장. 발타르(Baltard)의 날엽한 철구조물의 건축물을 보라. 에펠은 발타르한테서 영감을 많이 받았음직하다.
포롬데알(Forum des Halles)은 공사 중. 생외스타슈(Sainte Eustache) 성당 앞을 보라.
생메리 성당. 니키 드 생팔과 존 틴글리의 [스트라빈스키 분수]는 늘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제단. 루브르에서 걸어 퐁피두 도서관 가는 길에 비가 많이 내린 날 비를 피하려고 들어갔다가 찍어서 무척 흐릿하다.
생메리 성당은 파리에서 파이프 오르간으로 가장 유명하다. 17세기 중엽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을 복원하려고 모금 중이니 희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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