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넘어서

점심 해결하기2 - 일본집 우동

파샤 (pacha) 2014. 3. 13. 13:09

대전역은 내가 타는 경부선 기차의 절반 지점이다. 이 역에 내려 대전에 간 적은 한번도 없지만 수도 없이 지나친 역이다.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갈 때나 반대로 동대구역에서 서울로 올라갈 때면 어김없이 거쳐야 하는 역이다. 그야말로 스쳐지나가는 역. 이 역은 다른 역에 비해 정차시간이 제법 긴 편이다. 다른 방향으로 갈아타려고 내리는 사람들이나 서울행일 때는 올라타는 사람들로 붐빈다.

대전역에 기차가 멈추는 동안 굵고 물렁물렁한 가락국수를 먹을 수 있다. 재빨리 한 그릇을 비우고 올라타기도 하고 시간이 아슬아슬해서 사들고 기차로 올라올 때도 있다. 이 가락 국수는 요즘 거의 날마다 먹곤하는 일본식당의 우동을 닮았다. 면발이 쫄기지 않고 흐물흐물한 걸 빼면 비슷하다. 참 이 가락국수의 길이가 일본집 우동에 견주면 훨씬 짧다. 솔직히 말해 역구내의 가락국수의 맛은 별로다. 중간역에서 서는 시간을 틈타 게릴라처럼 먹는 맛에 그 묘미가 있을 뿐이다. 오뎅국물에 파를 쑹덩쑹덩 썰어넣은 국물이 찰기없는 국수가락보다 더 낫다.

대전역에서 먹는 가락국수는 경부고속도로의 금강휴게소에서 쉴 때 사먹는 음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막간을 이용해 급히 먹는 맛이 여유롭게 먹을 때와 같을 수는 없으니까. 오페라나 연주회에서 막간에 나와 마시는 샴페인 맛이 여느 때보다 색다른 것과 마찬가지. 이게 바로 시간제약이 만드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