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가 남긴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수련 그림은 전체의 칠분의 일, 1900년부터는 삼분의 이, 1912년부터는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수련 그림을 보려면 오르세 박물관, 마르모탕 박물관, 오랑주리 미술관을 가보라. 특히 오랑주리에는 최후의 걸작 수련 연작 여덟 점이 전시되어 있다. 아침 점심 저녁, 봄 여름 가을... 앞도 뒤도 위 아래도 없는 추상화의 단계에 이른 여덟 폭을 보느라면 선의 경지에 이른다. 수련과 수양버들 그리고 하늘과 물의 형체와 질서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해체되면서 모든 게 색으로 환원된다. 세잔의 정물화에서 구체적인 과일은 사라지고 색으로만 형상화된 과일과 마찬가지다.
이런 모네 작품의 영감이 된 모네집 정원의 연못은 일본식으로 꾸며져 있다. 그 가운데 나무로 된 초록색 일본식 다리가 단연 눈에 띈다. 꽃과 나무들이 화려한 색깔을 내뿜는 봄과 여름은 그야말로 모네 화폭이 주는 오묘한 색상의 원천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늘과 물, 그리고 연못에 비친 하늘과 나무들의 그림자는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의 경계를 허물며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일본식 정원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이를테면 대우주의 축소판이 바로 연못과 정원인 셈이다.
모네집 연못. 아직 덜핀 꽃들이 있지만 그런대로 풍성한 연못과 화단을 연출하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오전.
오른쪽 끝으로 초록으로 칠해진 일본식 다리가 보인다.
이날 가장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꽃도 풀도 연못도 아닌 연못의 우렁찬 개구리의 울음소리였다. 개구리 소리도 밤에 멀리서 들으면 들어줄 만한데 가까이서 그것도 낮에 듣자니 소음으로 다가왔다. 시골 고향집에서 밤에 불을 끄고 누워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는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사람들이 다 집으로 들어간 밤 쑥쑥 자라는 모포기들 사이에서 살아있다고 절규하는 고향의 개구리 소리가 그립다.
15.05.14 한 달 지나 다시 찾은 지베르니의 모네집 정원
연못에서 언뜻 보이는 모네의 집
모네 그림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배. 빛은 정말 대단하다. 사물을 만들기도 없애기도 한다. 이런 빛의 효과를 표현하는 게 인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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