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가도 실망하지 않는 데가 흔치 않은데 그 중 하나는 바로 오베르 마을이다. 예술가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 발길을 끌기도 하지만 자연 풍광이 아기자기하니 워낙 그림 같다. 마을 앞으로 우아즈강이 흐르고 뒷편은 언덕배기가 둘러처져 참 아늑한 느낌이 든다. 반고흐의 집 말고도 도비니의 집이 있고, 왼편으로 좀더 가면 오베르의 샤토가 나온다. 압셍트 박물관도 있다.
빈센트의 마지작 거처인 오베르. 동생 테오의 소개로 의사 가쉐한테 정신질환 치료를 받기 위해 생레미프로방스(St-Rémy de Provence)를 떠나 1890년 5월 20일에 오베르에 도착한다. 그가 죽는 7월 29일까지 칠십 일을 이 마을에서 보내며 칠십 점이 넘는 유화를 그린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현장.
오베르 마을 뒷편으로 올라가면 넓게 펼쳐지는 들판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이 마을의 공동묘지가 나오고 그 묘지에 빈센트와 동생 테오가 담벼락 아래 나란히 묻혀있다.
밀이 익은 칠월에 가면 생생한 분위기를 느낀다. 이글대는 태양 아래 노랗게 타들어가는 밀이삭이 넘실거리는 밀밭 곳곳에 살아 있다고 아우성치는 개양귀비꽃들이 삐죽삐죽 솟은 풍경은 참 인상적이다. 이런 날은 밀줄기에 불을 당기기만 하면 활화산처럼 금세 타들어갈 듯하다. 저 멀리 나뭇가지에 새둥치처럼 빌붙은 기생식물 겨우살이를 보라. 프랑스 말로는 기(gui)라고 부른다. 어쩌면 오늘날 프랑스 지역의 토종이었을 켈트족들이 신성시하던 식물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으로 더 유명한 오베르의 교회.
신기한 것은 실제의 교회 건물은 퇴락하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건물이라면 그림의 교회는 살아움직이는 듯하다. 그 힘은 과연 뭘까? 바로 강렬한 색채에서 온다. 종탑에서는 댕댕거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창문은 푸른색으로 살아 꿈뜰거린다. 두 갈로 갈라진 왼쪽 길로 누군가 외롭이 걸어간다.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언덕 위에 들판이 펼쳐지고 내쳐 걸어면 공동묘지가 나온다. 왼쪽으로 걸어면 바로 주택들이 밀집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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