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앞마당에서 왼쪽으로 가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두 번째로 나오는 카페. 이름은 A l'ombre de Notre-Dame(노틀담의 그늘 아래)이다. 원목의 탁자며 의자가 깔끔하며 등불을 든 곱추가 벽에 매달린 채 어줍잖게 손님을 맞이한다. 종탑을 올라가지 않아도 여기 가면 곱추를 만날 수 있다. 또 파샤도 가끔 볼 수 있다. 입구 가까운 쪽에 앉아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괜찮다. 종탑에 오르려는 사람들의 장사진을 보면 참 끈질기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오르기만 하면 그만한 가치는 충분할테니까. 파리의 심장부 노트르담 종탑에 오르면 위고가 묘사한 파리가 고스란히 되살아날 터이다. 1163년에 공사를 시작해 150여년 걸려 완성된 걸작품이며, 파샤가 가장 좋아하는 옛날 건물로 언제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위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저것을 죽일 것이다." 이것은 인쇄술이요 저것은 건축술이다. 이제 인쇄술도 빈사상태에 이러렀다. 이미지 앞에 꼼짝 못한 채 신비한 상어가죽 마냥 날로 쪼그라들고 있다. 누가 책을 읽는다고 하더냐. 그저 그림만 훑어볼 뿐. 글자는 이제 영영 뒷전으로 밀려나버렸다. 덩달아 사람들의 머리도 텅 비거나 허섭스레기만 꽉 차게 되었다. 또 다른 무언가가 나타나면 이미지도 그 자리를 물려줄 날이 올까. 노틀담 그늘 아래 곱추의 종소리를 들으며 노틀담 앞마당에 새겨진 700년의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추운 겨울에 마시면 제격인 달인 포도주(hot wine)통이 오른쪽 탁자 위에 놓여져 있다. 이 집 크레프는 별맛이 없으니 시키지 말 것.
공사장의 인부들한테 임금을 제때 주지 않아 꺼꾸로 매달린 노틀담의 신부님, 카페 앞에 나와 담벼락을 올려다보라. 신부님 머리꼭대기에 비둘기가 앉아 있다. 이런 물받이를 프랑스말로 가르구이(gargouille)라고 부르는데, 배고플 때 나는 소리를 프랑스 사람들은 자갈구르는 소리에 비유한다 - 가르르르르. 이 담벼락을 따라 종탑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기다린다. 높이 오르는 자 구원받으소서! 구원 받는다는데 한두 시간쯤 기다리는 거야 무슨 대수람.
카페 벽에서 램프들고 손님 맞이하는 곱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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