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틀레 극장에 붙어 있는, 그 유명한 비극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 (1844-1923)의 이름이 붙은 카페. 사라 베르나르는 코메디 프랑세즈를 거친 다음에 통속극을 통해 이름을 날리고 직접 극단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그녀의 [페드르 Phèdre]와 [춘희 La Dame aux camélias]의 연기는 전설로 남아있다. 말년에는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한다. 파리 20구에 아담한 사라 베르나르 공원이 있다. 한때 파샤가 파리지앵이었을 때 그 동네에 살았다.
나다르(Félix Nadar), [사라 베르나르], 1864무렵. 갓 스무살난 데뷔 무렵의 사라 베르나르.
조르주 클래랭(Georges Clairin : 1843-1919), [사라 베르나르], 1884-1902, 오르세 미술관.
20구에 있는 사라 베르나르 공원.
리볼리길쪽에서 본 생자크탑
샤틀레 광장쪽 테라스에 앉으면 성당 본체는 사라지고 탑만 살아남은 생자크탑이 보인다. 생자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보면 북쪽에서 내려오는 성지순례객들이 지나는 길이다. 탑이 서 있는 광장엔 또 뭐가 있을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모르는 사람은 알 수 없다.
그럼 어쨌든 광장 안으로 들어가보자. 과연 무얼까. 아님 누굴까.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옛날에 이 광장 자리 한켠에는 오르막진 막다른 골목길이 있었다. 어느 몹시 추운 겨울, 1월 25일에서 26일로 바뀌는 밤 어느 불우한 시인이 목매달아 죽은 그 길이 있던 곳. 1855년. 그의 죽음 또한 극적이어서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두고 아직도 말들이 많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네르발 연구가들은 자살쪽에 동의한다. 쇠시리에 목매 죽은 네르발을 그린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을 보라.
사라진 언덕배기 자리가 평지로 바뀐 바로 그쯤해서 어설프게 그를 기리는 조잡한 기념물이 광장 한켠에 서 있다. 좀더 우아한 그의 흔적을 보려면 페르라쉐즈(Père Lachaise)를 가보라. 발자크(Balzac)와 마주 누워 대화를 나누는 그의 무덤을 장식하는 아담한 대리석 원기둥이 이 조악한 시비 보다 훨씬 낫다. 일반인들 한테는 미치광이 시인으로 더 잘 알려진 제라르 드 네르발 Gérard de Nerval (1808-1855)이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장소(168 rue Saint Martin)에서 기껏 직선으로 몇 백미터 떨어진 곳(rue de la Vieille Lanterne)에 와서 숨을 거둔다.
늘 가는 데를 정하지 않고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떠돌았던 타고난 나그네 네르발이 태어난 곳, 세례받은 성당 생메리 그리고 죽은 곳이 직선을 그리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내노라고 할 만한 그의 특기는 길헤매기 또는 빙빙 에둘러가기인데.
"내 인생에 우연만큼 큰 역할을 한 것도 없는데 내 출생에도 우연이 희한한 조화를 부렸다 한들 이상할 것도 없다. 그야 말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갖는 것은 아니다. / 그래서 제각기 자기 이야기를 한다 한들 크게 해로울 것도 없을 터이다. 각 개인의 경험이란 우리 모두한테 소중한 것이니까." (네르발, [산책과 추억])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행기 형식을 띠는 빼어난 산문을 남긴 네르발은 20세기 중반까지도 그 문학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1970년대 이후 그에 대한 연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대가의 반열에 오른다. 네르발 연구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 네르발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빠져보지 못한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마약인가 도박인가 주식투자인가.
아드리앵 나다르(Adrien Nadar), Gérard de Nerval, 1855.
네르발이 자살로 죽기 얼마 전에 찍은 사진이다. 마흔 일곱치고는 너무 늙어보인다. 정신병과 가난에 찌들린 모습이 역력하나 부드러운 눈빛에 총기가 엿비친다. 얼굴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숨길 수 없다. 펠릭스 나다르와 아주 친했던 네르발은 "사진은 인내의 예술이다."하고 말한다. 포즈를 오래 취해야 한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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