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시 지나도 날이 좋고 기온이 20도 이상 되면 유람선 분위기는 최고. 밤이 되어도 기온이 적당해야 강가에 산책나온 사람들이 분위기를 달궈주기 때문이다.
반고흐의 청색을 떠올리게 하는 하늘 빛이 환상이다.
이럴 때는 노트르담 성당이 배가 되어 바다를 떠나니는 느낌이 든다.
티노 로시 야외조각공원 한켠에 있는 야외무도회장. 이날 밤 세느 강변에 바람쐬러 나온 사람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유람선 타는 이들은 강변에 앉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을, 강변에 앉은 사람들은 유람선 탄 사람을 부러워한다. 이런 분위기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 유람선을 타보았다고 말하지 마라. 전구간에 걸쳐 강가에 사람들이 빼곡 차 있는 여름 밤의 정취를 맛보려면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이 아니면 여러 번 타보아야 한다. 이런 날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기가 돌고 몸이 달아오른다. 어찌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겠는가!
유람선이 다니는 정취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데는 어딜까? 퐁네프 다리 가운데 앙리4세 동상 뒤로 내려가면 나오는 베르갈랑 정원이다. 시테섬의 서쪽끝으로 마치 뱃머리를 떠올리게 하는 절묘한 장소다. 수양버들 아래 앉아 한잔하면 낭만 그 자체다. 끝에 앉으면 오른쪽으로 사마리텐 백화점, 정면으로 미술의 다리, 왼쪽으로 화폐박물관이 눈에 들어오고 섬 양쪽으로 오가는 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불편하니까 피크닉 가기 전에 반드시 화장실을 들러고 갈 것. 피크닉 갈 때는 반드시 날 좋고 기온 높은 여름 저녁에 갈 것.
베르갈랑은 여자 밝히기로 유명한 앙리4세의 별명이기도 한데, 원래 베르갈강(vert galant)은 나이가 들어도 쾌락과 여자를 밝히는 정력적인 남자라는 뜻이다. 원래 이곳은 몇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것을 합쳐 시테섬에 연결시킨 곳으로 7미터가 낮다. 1314년에 기사도의 두 우두머리를 한 섬에서 화형시킨 곳이기도 하다.
아래 두 사진은 인터넷에 퍼온 것임.
베르갈랑의 서쪽 끝부분.

미술의 다리(일명 파리의 오작교)에서 바라본 베르갈랑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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