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지로데의 [홍수 장면](1806)

파샤 (pacha) 2014. 9. 30. 07:56

지로데(Anne-Louis Girodet de Roussy-Trioson : 1767-1824), 게랭(Guerin), 제라르(Gérard), 그로(Gros)와 함께 다비드의 제자로 신고전주의를 대표하지만 다비드의 절대적이며 이상적인 고전주의를 부인한다. 개인의 감성적인 정열을 중시하는 낭만주의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화가 : [앤디미온의 잠], [아탈라], [샤토브리앙의 초상], [대홍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말년에는 회화에서 멀어져 책의 삽화 그리기에 몰두한다.

 

오른쪽으로 상승하는 대각선 구도는 어쩌면 한 가닥의 희망을 표현하는지 모른다. 성서에 나오는 파라노마처럼 펼쳐지는 우주적인 대홍수가 아니라 재난을 탈출하려는 한 가족이 벌이는 사투의 핵식부만 부각시킨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의 극적인 단면을 소재로 삼는다. 두려움에 떠는 일그러진 얼굴 표정이 전통적인 대홍수를 소재로 한 그림과 다른 새로운 표현 양식이다. 화폭 전체가 음산한 빛으로 잠겨 있는데, 오른쪽 하늘에서 한 줄기 번개가 내리치며 그에 상응하듯 앙상하게 줄기만 남은 나무가 벼락에 맞은 듯 갈라져 있다. 

늙은 아비를 업은 가장은 젖먹이 아이와 머리칼에 매달린 큰 아들을 떠맡은 아내를 오른손으로 끌어올리려 한다. 이들이 생명줄로 부여잡은 나무줄기도 반쯤 꺾인 상태로 위태위태하다. 나무가 뿌리박고 있는 바위는 생명을 거부하는 듯한 황량한 환경이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번개가 치고 발아래는 포효하는 홍수다. 게다가 거센 바람이 불어와 바위로 오르려는 이 가족을 더욱 곤경에 빠트린다. 휘날리는 옷자락을 보라. 왼손에 돈주머니를 거머쥐고 아들 등에 엎인 노인을 그린 장면은 트로이 전쟁을 피해 달아나는 아비를 엎고 탈출하는 [에네이드]의 주인공 아에네아스를 떠올려 봄직하다.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해 달아날 때 늙은 아비를 버리지 않고 엎고 가는 아들은 자신의 뿌리를 결코 버리지 않는다.

지로데가 그린 이 작품은 성서적인 [대홍수]를 표현한 게 아니라 일상적인 자연재해인 홍수 장면을 보여준다. 450명이 희생된 1806년 스위스의 산간마을에서 일어난 홍수사건에서 착상했다고 밝힌다. 주문작이 아니어서 작가 자신이 자유롭게 소재를 선택한 경우이다.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에 놓인 인간들이 보여주는 두려움과 공포가 극적으로 표현된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1819. 

[메두사호의 뗏목]과 같은 해인 1919년 살롱전에 출품한 지로데의 마지막 작품.

자신이 만든 여인상이 너무 완벽하고 황홀해서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기원한다. 경이의 눈빛으로 생기가 도는 갈라테아를 바라보는 피그말리온은 창조자-예술가를 구현한다.

자신의 이상형을 손수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이상주의자의 꿈인가? 이상주의자는 이상형을 꿈꾸다 세월 다 보낸다. 반면, 현실주의자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보통 사람한테서 이상형이 구현된다고 믿는다.

 

[앤디미온, 달빛 효과 또는 앤디미온의 잠], 1791.

바람의 신(제피라)이 월계수 가지를 들추면서 달빛(셀레네나 다이아나)이 영원한 잠에 빠져든 미소년 목동 앤디미온한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달의 신 다이아나가 좋아한 미소년 앤디미온은 늙지 않는 대신 영원한 잠을 잔다.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달빛 효과를 통해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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