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우선 멀리서 보고 가까이 다가 서 보라. 화폭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물감튜브를 찍어 바른 거친 기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다시 뒤로 물러 서면 빛과 색이 어울어진 근사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수시로 변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빨리 그릴 수밖에 없고 빠르고 거친 터치를 쓸 수밖에 없다.
형태의 해체, 색의 우위, 터치의 몸짓, 초점 없는 구성, 관람자를 감싸는 큰 화폭 등이 추상으로 가는 길을 여는 혁신적인 점들이다. 1950년대에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조안 미첼 Joan Mitchell, 샘 프란시스 Sam Francis)한테 큰 영향을 끼친다.
초기 작품 [풀밭 위의 식사]에서 처럼 인물이 위주였다가 풍경에 등장하는 인물은 점점 인물의 가치를 잃으면서 풍경의 구성요소의 일부로 바뀐다([라일락꽃]). 또 말기로 갈수록 점차로 풍경에서 인물이 사라진다. 빛과 색으로만 구축된 풍경화가 모네 작품의 종착점이다. 오랑주리에 전시된 여덟 폭의 수련 연작은 사물의 형체가 해체되고 위도 아래도 가운데와 가장자리도 시작도 끝도 없는 추상의 세계를 보여 준다.
[개양귀비꽃], 1873.
실제로 앞의 밀짚 모자를 쓰고 양산을 든 여인이 모네 부인 카미유(Camille Doncille)이고 왼쪽에 코클리코를 들고 따라가는 소년이 모네 아들 장이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다.
[칠면조], 1876.
사업가 에르네스트 오쉬데(Ernest Hoschedé)의 저택을 장식하기 위한 그림이나 완성하지 못한다. 나중에 오쉬데 부인(Alice)과 딸 여섯을 떠안게 된다. 그 중 맏딸은 또한 며느리가 된다. 첫 번째 부인 카미유가 1879년 둘째 아들을 낳은 뒤 암으로 사망하고, 1892년 모네는 오쉬데 부인과 재혼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을 취하면서 보는 사람의 시선을 뒤로 보이는 저택으로 이끌고 간다. 성 앞 왼쪽의 소나무 두 그루는 일본 판화를 옮겨놓은 듯하다.
[점심식사], 1879.
아이의 밀짚모자와 옷 그리고 식탁보 위로 떨어지는 햇빛을 보라. 흰옷에 모자를 쓴 여인이 모네의 부인이고 식탁 옆에서 밀짚 모자를 쓴 아이가 모네의 아들이라는 사실 보다는 등장 인물들도 전체 풍경을 구성하는 일부다.
[생라자르역], 1877.
[우산을 왼쪽으로 돌린 여인], 1877.
인물을 묘사하기 보다는 바람 효과를 노린다.
[아르장퇴이(Argenteuil) 다리], 1874.
인상주의 그림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하늘, 물, 물에 어린 그림자를 찾아볼 수 있다.
[바람 효과, 포풀러 연작]
[건초 더미], . 총 25점의 연작 가운데 하나.
[루앙 대성당 정문. 아침 햇살. 청색의 하모니.], 1893. 연작 40점 가운데 5점이 오르세에 소장.
[수련 연못. 초록빛 하모니], 1899.
[수련 연못. 장밋빛 하모니.], 1900.
1900년 이후로 모네는 지베르니의 정원의 수련만 주로 그린다. 일본식 다리가 보이고 수양버들이 늘어뜨려지고 수면 위로 연꽃이 다북한 이런 원경은 점점 거리가 좁아지면서 사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색과 빛의 향연으로 바뀌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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