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박물관

신인상주의

파샤 (pacha) 2016. 3. 30. 06:20

신인상주의라는 용어는 펠릭스 페네옹(Félix Fénéon)이 1886년 브뤼셀에서 발행된 잡지 [현대미술(Art moderne)]에서 사용한다. 

 

19세기 중반 회화는 전통적으로 주제에 치중하는 것에서 색이나 터치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바뀌어간다. 슈브뢸(Eugène Chevreul)의 "동시대비의 원칙"(1839)과 샤를 앙리(Charles Henry)의 "감정의 벡터 이론"([과학적 미학 입문], 1885), 19세기 말의 실증주의 등에 근거하여 망막에 미치는 빛의 효과를 그림에 적용시켜 관람자가 그림을 완성하게 만든다. 인상주의자들이 이미 사용한 톤을 체계적으로 분할하는 원리를 과학적 이론에 바탕하여 더욱 극단적으로 밀고 나간다. "빛을 밝은 점들로 분해하는 원리에 따른 분할 터치"를 통해 화면을 구성한다.

 

공식 살롱전에서 낙선한 쇠라(Georges Seurat), 시냑(Paul Signac), 크로스(Henri-Edmond Cross)를 중심으로 1884년 봄 앵데팡당(Indépendants) 살롱을 열면서 신인상주의 운동이 시작된다.

 

과학적인 방법에 기초하여 구상 회화의 개념을 바꾼다. 미술과 과학 사이의 관계, 더 정확히 말해 회화, 생리학, 심리학의 관계를 찾아내려고 한다. 관람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회화가 완성된다. 쇠라의 회화 이론은 광학에 기초하여 점묘파의 테크닉을 과학적으로 밀고 나간다. 삼원색(빨강, 파랑, 노랑)과 보색(오렌지, 보라, 초록)을 팔레트에서 섞는 것이 아니라 화폭에 규칙적인 작은 점으로 분할터치하는 방법을 만들어낸다. 떨어져서 보면 이런 작은 점들은 망막에서 서로 섞이면서 화면 전체를 재구성하게 해준다. 경직된 인물, 분할 터치, 기하학적인 구도, 다촛점 시점 등이 신인상주의 회화에 드러나는 특징들이다. 삼원색을 통한 강렬한 색채와 환한 빛. "빛은 몇 가지 색의 조합에서 나오는 것이라 회화에서 빛은 원색의 점들을 나란히 놓는데서 생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면 이런 점들의 병치는 색조에 조화와 일치성을 띠게 하고 빛을 진동시켜 더욱 밝게 보인다. 원색조의 환한 색채에 우위를 두면서도 정교한 선들이 두드러져 보인다. 야외에서 데생하고 스케치하지만 쇠라는 아틀리에에서 둥그렇고 규칙적인 터치로 경직되고 무표정한 풍경을 그린다. 분할 터치를 통해 점과 선, 그리고 색은 훨씬 표현력이 강해진다. 크기가 같은 작은 점들을 규칙적으로 터치하는 쇠라의 기법에 반해 1891년 분할터치를 채택한 크로스는 [황금섬들]에서 변동을 꾀한다. 앞쪽에 물방울 무늬가 수평선쪽으로 가면 점점 더 작아진다. 쇠라의 과학적이고 기계적인 분할터치는 크로스에 오면 분할터치된 색들이 변주를 이루면서 훨씬 시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으로 변모한다.

 

조르주 쇠라(1959-1891), [서커스], 1891.

쇠라가 1891년 3월 20일에 열리는 앵데팡당 살롱에 출품한 작품으로 그는 3월 29일에 서른 둘의 나이로 독감으로 숨을 거둔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은 상당히 기하학적 형태를 띰과 동시에 희화화한 느낌이 강하다. 배경의 관객석은 수직선과 수평선이 규칙적으로 그려지고 앞 화면은 대각선과 곡선으로 구성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려지는 대각선은 활력과 에너지를 드러낸다. 앞 화면의 피에로로 예술가의 역할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반면 객석의 관객들은 열에 따라 다양한 계층을 보여준다. 청색인 그림의 테두리 마저도 그림의 일부를 구성한다. 점묘파 그림을 볼 때마다 왜 옛날 칼라 텔레비전 초기 시절의 화면조정 화면이 겹쳐지는지 모르겠다. 결국 이미지는 보는 사람이 수많은 점들을 조합해서 완성해내는 것이다.

 

 

쇠라, [서커스], 초벌 그림, 1891.

 

 

 

앙리-에드몽 크로스(Henri-Edmond Cross: 1856-1910), [황금섬들], 1891-1892. 먼 섬들과 모래가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에 이르면 점들이 물감가루를 뿌려 놓은 듯 빛으로 변하면서 사라진다. 

 

 

크로스, [저녁 공기], 1893.

 

 

조루주 레멘(Georges Lemmen : 1865-1916), [하이스트(Heiste) 해변], 1891.

 

 

폴 시냑(Paul Signac : 1863-1935), [우물가의 여인들], 1892. 행복에 넘치고 숭고하며 조화로운 공간을 그린다.

 

 

폴 시냑, [우산 쓴 여인], 1893. 삼원색을 바탕으로 보색대비를 사용하여 화면 전체가 한결 선명하고 밝아보인다. 

 

 

폴 시냑, [초록 범선], 1904. 후기로 오면서 폴 시냑의 붓 터치가 좀더 넓어지고 자유로워진다. 촘촘한 둥근 점에서 네모진 모양으로 변하고 덜 촘촘해진다. 뛰어난 항해사인 시냑은 바다 풍경을 즐겨 소재로 삼는다.

 

 

폴 시냑, [붉은 부표]

 

 

테오 반 리셀베르그(Théo Van Rysselberghe : 1862-1926), [키를 잡은 남자], 1892.

대각선으로 기운 역동적 구도는 일본 판화를 떠올리게 한다.

 

 

막시밀리앵 뤼스(Maximilien Luce : 1858-1941), [생미쉘 강둑과 노트르담],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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