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박물관

세잔의 초상화전

파샤 (pacha) 2017. 8. 6. 06:43

오르세 박물관의 꼭대기층에서 세잔의 초상화전이 열리고 있다. 자화상에서 부터 가족, 친구, 부모의 하인과 농부의 초상화를 한 자리에서 모아두었다.

가장 많은 것은 자화상과 부인의 초상이다. 기획전에서 사진 촬영을 허락한 점도 파격적이다. 


느리게 그리기로 유명한 세잔은 작품 수가 놀랍게 많다. 유화(850점)보다 수채화가 쉽다고 말한 세잔은 거의 650점에 이르는 수채화를 남긴다. 정물화만 200점, 자화상도 80점에 이른다. 생각을 오래하고 길게 그린다고 보면 된다. 동시에 여러 작업을 했을 테다.


꼭 언급할 점은 루브르 콜렉션이 그렇듯이 오르세 콜렉션이 단연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변호사로 분장한 삼촌 도미니크, 아쉴 앙페레르, 귀스타브 제프루아, 커피포트가 있는 여인, 센강 변에서 그린 자화상(1875년께), 타원에 특징만 대충 잡은 부인의 초상(1886-1887)...


세잔의 초상들은 정면성이 돋보이면서 거대해보인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쉴 앙페레르의 초상이다. 곱추지만 거대한 의자에 앉은 모습이 웅장해보인다. 세부 묘사보다는 오히려 전체적인 조화와 통일감을 중시하면서 나란히 붓질을 하여 면의 병치를 통해 볼륨감을 표현한다. 특히 초기에 거칠어 보이는 터치를 통한 초상들이 그렇다 (변호사 복장의 도미니크 삼촌). 얼핏 보아 전통적인 서양 초상화에서 중시하는 심리묘사가 완전히 배제된 듯 하지만 단순화시킨 다면 구성을 통해 묘하게 인물의 성격을 내비친다. 대부분 세잔 부인의 초상에서 성격 묘사보다는 얼굴 형태나 옷 모양새가 두드러지지만 그래도 몇몇 초상에서는 감정이 얼핏 내비친다. 세부 묘사를 통해 사실감을 추구하기 보다는 단순화시킨 형태를 통해 그저 그런 재현이 아니라 본질을 탐구한다. 색의 조화를 통해 화면 구성에 통일감을 부여한다. 이거야 말로 세잔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독창성이 아닐까 싶다. 두텁고 투박한 터치임에도 마치 수채화 같은 투명성이 돋보인다. 당대에는 이런 기법이 분명 엉터리고 그리다가 만 것으로 여겨졌을 테지만 여기에 바로 세잔의 혁신적인 점이 있다.




[에벤망(Evénement)지를 읽는 세잔의 아버지], 1866, 뉴욕, 내셔널 갤러리.


자화상, 1862-1864, 개인 소장.


세잔의 누이 마리, 1866-1867, 세인트 루이스, 세인트 루이스 미술관.


세잔의 어머니, 1867, 세인트 루이스, 세인트 루이스 미술관.


세잔의 도미니크 삼촌, 1866-1867,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아쉴 앙페레르, 1867-1870, 오르세 박물관.


뜨개질 하는 세잔의 부인, 1877, 스톡홀름, 국립박물관. 


의자에 앉은 빅토르 쇼케, 1877, 콜롬버스, 콜롬버스 미술관.

공무원 출신의 수집가로 세잔의 진가를 일찍 알아본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아틀리에에서 작업하는 의사 가쉐, 1872-1873 무렵, 오르세 박물관.


센강변의 세잔, 1875 무렵, 오르세 박물관.


사진 보고 그린 자화상, 1885 무렵, 피츠버그, 카네기 미술관.


중산 모자를 쓴 자화상, 1885-1886, 개인 소장.


올리브색 벽지에 그린 자화상, 1880-1881, 런던, 내셔널 갤러리.


자화상, 1882 무렵, 모스크바, 푸쉬킨 국립미술관.


세잔 아들 폴, 1881-1882, 오랑주리 미술관.


정원에 앉은 세잔 부인, 1879-1882 무렵, 오랑주리 미술관.


세잔 부인, 1886-1887, 오르세 박물관.


붉은 옷을 입은 세잔 부인, 1888-1890, 상 파울로, 상 파울로 미술관.


노란 의자에 앉은 세잔 부인, 1888-1890,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세잔 부인, 1890 무렵, 오랑주리 미술관.


빨간 조끼 입은 소년, 1888-1890,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색의 조화와 함께 면으로 단순히 처리된 입체감이 돋보인다. 빨간 조끼 입은 소년의 모델로 이탈리아 출신의 프로 모델이다.


팔레트를 쥔 자화상, 1886-1887, 취리히, 뷔를 재단.


세잔 부인, 1885-1886, 오르세 박물관.


세잔 부인, 1885-1886, 필라델피아, 필라델피아 미술관.


세잔 부인, 1885-1886, 필라델피아, 필라델피아 미술관.


귀스타브 제프루아, 1895-1896, 오르세 박물관.

소설가며 미술평론가 던 제프루아(1855-1926)는 80회에 걸쳐 포즈를 취하지만 미완성으로 남는다.


앙브루아즈 볼라르, 1899, 파리시립박물관 프티팔레. 

화상 볼라르(1868-1939)는 두세 시간씩 115회에 걸쳐 포즈를 취했건만 아직 미완성이다. 세잔은 모델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걸 참지 못한다. "망했어요! 포즈를 망쳤잖아요! 사과처럼 포즈를 취해야 돼요. 사과가 움직이는 거 봤어요?" 하고 볼라르한테 질책한다. 

인상주의 화가 피사로와 함께 볼라르는 일찍 세잔의 위대함을 알아본 화상이다. 115회째 포즈를 취한 볼라르한테 세잔은 이렇게 말한다. "와이셔츠 앞섶은 그런대로 괜찮네." 세잔을 알아본 또 한 사람은 빅토르 쇼케다(Victor Chocquet). 물감 장수 탕기(Tanguy) 영감 역시 세잔을 존경한다. 반 고흐, 고갱, 모네, 피사로, 루누아르를 좋아한 탕기 영감은 화가들이 물감값을 치르지 못할 양이면 작품으로 지불하게 했다.


커피포트가 있는 여인, 1895 무렵, 오르세 박물관.

도회풍의 인물들을 주로 그리는 마네나 드가와 달리 세잔은 촌부나 늙은이를 많이 그린다.


농부의 초상, 1904-1906, 오타와, 카나다 미술관.


푸른 작업복의 농부, 1897 혹은 1900 무렵, Fort Worth, Kimbell Art Museum.


정원사 발리에(Vallier), 런던, 테이트 갤러리.


베레를 쓴 자화상, 1898-1900, 보스턴, 보스턴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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