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완전히 문닫는 티바이티에 앉아 마지막 차 한잔을 마신다. 이 집이 생긴 게 2012년부터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본격적으로 드나들기 시작한 것이 그해부터라 그렇게 생각했나. 확인해 보니 티바이티가 문 연 것은 2010년 7월1일이다. 그전엔 주로 모퉁이 집 카페에 가던 터라 갓 생긴 새 공간에 선뜻 발길이 닿지 않았다. 원형 다탁에 철제 의자와 자줏빛 앉은뱅이 소파의자가 적당하게 배치되었다. 무엇보다 연두색 원형 다탁이 작업대로 그만이었다. 식탁 냄새가 나지 않고 종이컵을 얹어두기도 괜찮고 뭔가 펼쳐두고 사무보기도 편했다. 처음엔 전통적인 카페에 익숙해서 왠지 모를 거부감이 일었다. 가보지도 않고 셀프 서비스에 패스트 푸드 냄새가 나는 싸구려 찻집으로 속단했다. 자주 다니지 않았다. 그러다가 동료들이 하나 둘 그쪽으로 옮아갔다. 덩달아 나도 루브르와 거리가 가까워서 차츰 티바이티로 가게 되었다. 더욱이 2012년부터 루브르에서만 일하게 되면서 완전히 아지트가 되었다. 그간 개인 사무실처럼 이활용한 공간이라 아쉽고 가슴이 짠하다. 익숙한 공간이 사라진다니 애틋함과 허망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이 주 전부터 12:30부터 열었다. 아침 일찍 도착하면 꼭 들러는 곳이 갑자기 사라진다. 둥지 잃은 철새 신세랄까. 기분이 묘하다. 늘 지속될 것만 같던 곳이 기대를 저버리고 문을 닫는다. 직원들도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차를 주문해도 준비하는 걸 잊어버리곤 했다. 오늘도 차를 주문하고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아 다시 말해야 했다. 지난 번에는 미안했는지 주문한 것보다 큰 것을 갖다주었다. 벌써 세 번째다. 다시 주문할 기회가 없으니까 이 번이 마지막이다. 이번에는 뒷처리가 제대로 안 되어서 찻물이 컵 바깥으로 흘러나온다. 그래서인지 냅킨을 두어 개 쥐어주었다. 국물이 넘쳐난 마지막 딸기차를 기억하라고 일부러 그랬을까.
주인이 은퇴하면서 닫게 된 찻집은 내일이면 영원히 사라진다. 팔레루아얄 광장에 있어 루브르 들락거리기가 그리도 편했는데... 모든 가이드들의 사랑방이고 쉼터였다. 여름의 절정 칠월말일이 지나면 티바이티는 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맛으로 살아남을 테다. 혀끝에 스민 달콤한 차의 맛으로. 가슴 한 곳에 추억의 장소로 새겨질 테다. 팔레루아얄 광장의 찻집으로. 회원카드에 도장 열 개를 받아 한잔을 아는 이한테 선사하곤 했다. 단골이라고 어떤 때는 커피를 공짜로 얻어마시기도 했다. 단기 계약으로 아주 젊은 남녀들이 일했는데 아마추어 냄새가 나기도 해도 무척 친절했는데… 그네들은 또 어디 가서 일자리를 구할까. 휴대 전화기 충전도 하고 책을 읽기도 휴대 전화기로 글을 끄적대기도 했다. 약속 장소로 그만이었다. 빈 시간을 죽이는 쉼터로는 그만이었다.
언제든 제 집인 양 드나들던 티바이티가 문을 닫는다. 시간이 남아도 딱히 갈 곳이 없어진다. 뭔가 한잔 마시고 싶어도 안 된다. 그냥 기둥 모퉁이에 앉아 무턱대고 시간을 죽일 수밖에. 화장실도 마찬가지. 박물관 화장실만 이용할 수밖에 없다. 내일이면 팔레루아얄 광장이 텅 빌 것만 같다.
티바이티에서 마신 마지막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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