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2018
정말 오랜만에 뤽상부르 옆 로스탕 카페에 들렀다. 누굴 만나려고 쉬는 날인데 오후에 파리로 나왔다. 흐리긴해도 비는 내리지 않는 날, 금세 한 줄기 비가 흩뿌릴 듯도 하다. 올들어 처음 마로니에 잎을 보았다. 뤽상부르역을 빠져나와 화산폭발을 주제로 찍은 사진들이 내걸린 담벼락 안을 보는 순간 막 돋아난 연록색 마로니에 잎이 눈에 속 들어왔다! 온통 일에 골몰해서 자연의 변화나 시간의 흐름을 잊고 지낸지 오래. 사업관계상 사람을 만나기는 해도 이 카페는 멋진 장소다. 동문들과 두어 차례 음료수를 마시러 들어온 기억이 난다.
아주 귀여운 고양이가 나타났다. 전체가 흰색 바탕에 간혹 검은 점박이가 들어간 날씬한 녀석이다. 오라고 손짓했는데 서슴없이 다가온다. 옆에 놓인 등받이 없는 앉은뱅이 둥근 골자리에 앉더니 바로 무릎 위로 올라왔다. 무릎에서 오 분 이상을 안겨 았다가 내려갔다. 검은 진바지에 온통 새하얀 털을 입히고 떠났다.
약속 시간보다 삼 십분 일찍 도착한 터라 바깥도 흘끔거리고 책도 펼쳐두고 읽었다. 소르본 근처라서 지식인들이 가득 차 있었다. 품새로 보아 꽤 식자층에 해당하는 오륙십대 남녀가 반 이상 차지했다. 물론 젊은 학생층이 간혹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있다. 이야기 내용은 들어보지 않아도 상당히 지적인 내용일 거라는 선입견이 든다. 혼자 앉아 책을 펼쳐든 할머니도 보인다. 다시 학생으로 되돌아 간 듯하다. 좀더 자주 와야겠는 걸! 가끔 재충전이 필요해! 악다구니 양아치판에서 이런 신선함도 맛보는 여유를 가져야지.
테라스와 맞닿은 구석자리를 차지했는데 커튼쳐진 틈바구니로 바로 바깥 중년 신사가 피워대는 담배연기가 좀 역하다. 바깥 구경하기가 좋고 남들하고 좀 떨어졌다고 이쪽을 골랐는데 담배연기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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