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프랑스 지방

프로방스 - 세낭크(Sénanque) 수도원과 라벤더

파샤 (pacha) 2017. 7. 19. 07:04

12세기 중엽에 설립된 시토회 수도원. 1544년 발도(Valdo)파의 반란 때 해체 위기를 맞는다. 이때 수도사들은 교수형을 당하고 수도원 건물이 불타기도 한다. 17세기 말 세낭크에는 수도사가 둘만 남았다. 1791년 프랑스 대혁명 때 국유재산으로 팔리면서 수도원 건물은 파괴되지 않고 보존된다. 1854년 성직자가 이 건물을 되사들여 본래의 용도로 되돌아간다.


고독, 가난, 단순함이 수행의 엄격한 규율이다. 성무일과, 기도, 독서와 번갈아 일을 했다. 휴식 시간은 하루에 일곱 시간을 넘지 않았다. 옷을 입은 채로 편의 시설이 거의 없는 공동 숙소에서 잠들었다. 


중세 때 용광로 처럼 끓어 올랐던 금욕적인 신앙 생활은 오래 가지 못한다. 모든 수도원은 중세가 끝나면서 쇠락의 길을 걷는다. 무슨 이유에서 일까? 수도원이 기부금이나 경제활동을 통해 엄청난 축재를 하면서 몰락하기 시작한다. 초심을 뒤흔들어 버리는 돈과 권력은 인간을 눈멀게 하고 타락으로 이끈다.

 

이날 프로방스의 명소 어디로 가도 승용차와 관광객으로 들끓었다. 유독 중국인들이 눈에 띈다. 파리만 아니다. 지방까지 주름잡고 있다. 이런 조용한 산중턱 계곡에 자리잡은 수도원에 몰려든 인파들로 명상과 침묵의 공간이 몸살을 앓을 것 같다. 관광객들(touristes)은 이런 공간에도 라벤더 향기에도 이끌리지 않고 그냥 사진으로 정복하는 여행(tour)에만 취해 있다. 스스로 그림 엽서를 만들고 그 엽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느라 한눈팔 겨를도 없다. 더욱이 내리 쬐는 프로방스의 뜨거운 태양은 판단중지로 이끌고 간다. 시간이 되지 않아 내부는 둘러보지 못하고 라벤더 향만 마시고 발길을 돌렸다. 언덕을 올라 넘어가면 고르드(Gordes) 성채 마을이 하늘에 솟은 듯 나온다.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아 라벤더꽃이 어찌 꺼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