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물이 밖으로 새어 걱정하던 터였는데 드디어 손을 보아야 하는 단계에 이러렀다. 기존의 부품들을 잘 활용하면 고칠 수 있겠거니 판단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사이펀을 분리시키고 개수대와 사이펀 연결하는 부분도 분해를 했다. 사이펀에 케케묵은 오물 딱지를 칫솔로 제거하고 배관에 낀 오물들도 가능한한 깨끗이 제거했다. 다시 조립을 하고 수돗물을 틀었다. 웬걸, 새지 않네. 그런데 한꺼번에 물을 쏟아부으면 여지없이 사이펀과 개수대 아랫부분 연결 부위가 제대로 아귀가 맞지 않아 여지 없이 물이 밖으로 폭포처럼 새어나왔다.
분해한 부품들을 비닐 봉지에 넣고 부르라렌 브리콜렉스로 갔다. 개수대에 고정시키는 부품은 같은 것이 없어 사이펀만 사왔다. 개수대 고정시키는 게 하도 낡아 쇠볼트가 플라스틱 홈에 그냥 헛돌아서 아무래도 비슷한 부품이라도 구할 양으로 다시 갔다. 2층 직원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애송이 직원이었다. 아니면 연수 중인 학생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맹탕이라... 지난 번에 보여줬던 것 말고 딴 제품을 골라주었다. 애송이 직원은 카스트로라마로 가보라고 했다. 어디 있느냐니까 프렌에 있다고... 차가 없어서. 아무래도 파리로 가야할 듯요.
근데 개수대와 맞지 않는 제품이었다. 세 번째 다시 갔다. 처음에 보여 주었던 부품을 골라주었다. 환불을 받고 나와 상행 국도변 보도를 따라 가면서 구입한 부품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아무래도 맞지 않을 성 싶었다. 다시 헛걸음하지 말고 환불받고 파리로 가자. 계산대 직원은 올라가 담담 직원한테 내가 가진 부품과 같은 게 있을 테니 올라가 보라고 했다. 없는 줄 뻔히 알면서도 올라갔다가 계산대로 다시왔다. 환불을 받는데 직원이 절차를 제대로 몰라 버벅거렸다. 결국 동료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처리해주었다. 어디가면 이 부품을 구할 수 있을까요? Leroy Merlin. Ok. 감사합니다.
세 번째 나갈 때 안경을 잊어먹고 끼고 나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지. 그냥 가자.
그래도 부품 많기로는 BHV가 유명하니까 그쪽으로 가보자. 비슷한 코너를 찾아 직원한테 물었더니 저쪽으로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여직원이 보이길래 물었더니 맞은 편에서 수다떠는 남자 직원한테 가라고 했다. 담당 직원은 따라오라고 했다. 제품 지름을 재더니 이것 저것 보다 이거다 하고 꺼냈다가 아니라고 하며 도로 꽂으면서 여기에 있는 제품인데 하고 떨어졌다고 했다. 어디가면 좋겠느냐? Leroy Merlin. Ok. Je vais y aller.
걸음을 재촉해서 걸었다. 퐁피두 센터를 지나고 르루아 메를랭에 들어갔다.
그래도 여러 번 걸음을 한 터라 대충 구조를 알고 있어서 일단 안쪽으로 들어갔다. 부엌 용품이라고 안내판을 보고 갔다. 게다가 개수대라고 적혀 있었다. 올커니 여기가 맞아. 직원한테 가져온 부품을 보여줬더니 지하 배관부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메르시.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다가 두 명의 직원을 발견하고 배관부가 어디냐고 물었다. 저 아래쪽인데 이 친구 따라가면 돼요. 마침 짐바구니를 든 직원이 앞장섰다. 그 뒤만 계속 따라갔다. 그 직원은 바로 한눈에 제품을 골라주었다. 그래도 미심쩍어 골라준 부품을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전문가가 골라준 건데 하면서 맞겠지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계산대로 갔다. 다시 퐁피두 앞 길을 따라 걷다가 레알역으로 향했다. 혹 부품이 없을까봐 걱정되었는데 구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친 김에 Gosport에 가서 지난 번에 물색해둔 운동복이나 사가지고 가자. 반바지와 런닝을 둘 다 스몰로 골라 계산하는데 런닝의 도난 방지 장치가 떼지지 않아 여직원이 한참을 시름하다 동료 남자직원한테 부탁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여직원이 계속 제거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 결국 바로 왼쪽 동료 여직원한테 부탁했는데 한방에 철커덕 빠지는 게 아닌가. 참 이상하네요.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작업을 시작했다. 골라온 제품은 원래 부품과 똑 같은 유형이 맞았다. Leroy Merlin 만세! 그런데 역시 처음 다루는 것이라 한참을 머리를 굴리다가 조립에 성공했다. 그 다음은 사이펀과 개수대 아래부분을 연결하면 된다. 그건 별거 아니지. 근데 그게 아니었다. 그냥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먼젓번 부품을 활용해야 고정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브리콜라주를 해서 창조적으로 부품을 연결시키고 고정하는데 성공했다. 수돗물을 세게 틀었다. 일단 물이 새지는 않네. 큰 용기에 물을 따뤄 한꺼번에 부어 실험을 했다. 이번에도 물이 새지 않네. 설것이를 하면서 물이 스미지 않았나 부품을 더듬었다. 물이 스민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점심도 걸르고 여기에 매달렸다. 정오 무렵부터 매달렸는데 그 새 여섯 시가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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