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쏘, 쏘공원, 부르라렌

샤르트르(Chartres)와 아라공(Aragon) 집을 방문

파샤 (pacha) 2021. 8. 22. 06:56

기하학적 배열이 돋보인다.
햇빛을 받는 동쪽 장미창
샤르트르 대성당(중기 고딕)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푸른 색이 주조를 이룬다.
제단 주위를 장식하는 조각. 조물조물하니 선이 가늘다.
성지순례의 거점도시 답게 성수반이 생자크(성야곱 Saint-Jacques) 조개 모양이다.
문 세 개가 가운데로 몰려 있다.

94년엔가 가고 두 번째로 간 샤르트르였다. 물론 일로 농업박물관 방문한다고 샤르트르에 들른 적이 있지만 대성당을 가지는 않았었다. 언덕 위에 자리잡아 멀리서도 쉽게 뾰족 솟은 종탑이 보였다. 채색 유리창의 보고였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그렇게 많이 박혀 있는 줄은 몰랐다. 흐리긴 해도 간간이 해가 나서 스테인드 글라스 보는데 지장은 없었다. 건물 자체로는 파리 노트르담보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은 덜했지만 스테인드 글라스로 사방으로 총총 박힌 벽은 영롱한 빛을 발하며 내부 공간을 살아움직이게 했다. 자세한 성서의 일화를 모른다손 치더라도 그 서사적인 세세한 묘사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점심을 먹을 만한 피크닉 장소를 물색한다고 언덕을 내려와 강가쪽으로 갔다. 남의 눈을 피하고 편하게 앉아 먹을 공간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차선으로 강가에 벤치가 있고 벤치 앞에 손바닥 만한 공간을 발견했다. 강둑길 바로 아래 자리잡고 건너편 주택 창문으로 점심 식사하는 주민이 보이기는 했지만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점심 먹고 뭘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언덕길을 걸어올라가 성당 주변을 구경하느니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아라공의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작가의 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그쪽으로 기울었다. 막상 도착하고 건물과 정원을 보니까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아라공과 엘자라는 이름 정도만 알지 작품 세계는 아는 게 없는 상태였는데 코멘트 방문을 하고 나서 역시 잘했다고 판단했다. 주인공이 사라진지 아주 오래된 공간은 아닌데다 유품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주인공의 훈기가 느껴졌다. 2층 작업실에서 직선으로 바라보이는 맞은편 언덕에 엘자의 무덤이 있었다. 그녀가 좋아한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연주까지 무덤가에 울려퍼졌다.

사실 엘자를 아라공의 부인쯤으로 그리고 화가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성으로 처음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가였다. 시인 마야코프스키를 좋아했으나 마야코프스키는 엘자의 여동생인지 언니를 좋아했다고 한다. 1930년엔가 몽파르나스의 쿠폴 카페에서 엘자와 아라공이 만났고 2차 대전 때 레지스탕스로 맹활약했고 전후에 작가로서 명서을 날렸다.

엘자 트리올레 아라공의 집 바깥의 표지판
엘자의 무덤 앞에서 내려다본 집
수다쟁이 아라공이 잠든 손님을 깨우는데 이용한 방앗간 물소리가 세게 들리는 창문이 난 살롱
2층 엘자의 작업실

 

'마로니에, 쏘, 쏘공원, 부르라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깅, 내일로  (0) 2021.08.24
피곤기에 절어 헤맨 하루  (0) 2021.08.23
오르세 투어  (0) 2021.08.21
새솥을 태울 뻔했다  (0) 2021.08.20
아주 힘들게 뛰었다  (0) 2021.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