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마땅찮아서 그저 몇 분간 부르라렌 서점에 들어갔다 나왔다. 신간 소설을 진열해둔 곳만 보았다. 과연 어떤 책들을 소개하나 보려고 간 거였다. 다시 말해 잘 팔리는 신간이 어떤 것인가를 판가름해 볼 양으로. 필립 제나다, 세실 쿨룽, 안 베레스트 등의 책이 선보였다. 사실 안 베레스트의 책을 훑어볼 생각이었다. 한 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느낌이 괜찮았다. 간결한 문장에 호기심을 돋구는 이야기 서술이 금방 눈에 띄었다. 기회가 닿으면 번역하면 괜찮겠는데. 더욱이 며칠 전 공쿠르 상 심사위원인 카미유 로랑스(Camille Laurens, 2017년에 발표한 드가의 [La petite danseuse de quatroze ans 열네 살짜리 무용수]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가 베레스트의 [우편엽서 La carte postale]을 폄하하는 글까지 르몽드지에 싣고 본인은 자신의 동거남(François Noudelmann : 철학자) 처녀 소설(Les enfants de Cadillac)을 공쿠르 상 후보에 올리는데 간여했다고 해서 문제가 불거졌다.
베레스트는 외가쪽이 유태계이다. 본인은 종교가 없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증조외할머니가 유명한 프란시스 피카비아의 부인인 가브리엘 뷔페피카비아이다. 외조부모와 외삼촌, 외숙모 등 네 명이 1942년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당한 가족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유명한 언어학자이고 아버지는 과학자이다. 여동생 클레르 역시 소설가이다. 2차 대전 이후 유태계 집안에서는 죽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선조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탐정소설 같은 형식을 띠고 있다. 2003년 겨울 10년 전에 부쳐진 네 사람의 이름이 적힌 우편엽서를 받는다. 우편엽서는 오페라 가르니에의 사진이 들어가 있다. 누가 보냈을까? 그의 어머니가 가족 이야기를 딸한테 해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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