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시반쯤 일어났다. 간밤에 보슬이 하도 깨우는 통에 잠을 설친 결과다.
신간 관련 기사들과 개천에서 용나는 몇몇 인사들을 통해 계층 상승의 어려움을 다룬 르몽드 기사를 몇 개 읽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세 시반쯤 카르푸르 마켓으로 장보러 출발했다. 아무래도 산책을 할 짬이 나지 않는다. 이탈리아어 강좌 유튜브 두 편을 들었다. 동사 16개와 형사 16개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러다 보니 벌써 저녁 6시가 되었다.
이틀 전부터 번역할 만한 한 권을 정했다. Anne Berest, La carte postale, Grasset. 개인적으로 안 베레스트가 올해의 강력한 공쿠르상 후보라고 예상한다.
이미 2016년 파리 도서전에서 우연히 구입했던 책이 그녀의 Recherche femme parfaite(Grasset, 2015)였다. 올해 신간들을 소개를 통해 요모조모 살펴 보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만한 작품이 선뜻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고만고만한 작품들이라는 뜻이다. 이면에 현재 프랑스 작가 중에 거장의 반열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당한 네 선조의 흔적을 되찾아가는 유태인 가족사를 다룬 소설이다. 유태인 박해 이야기는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신물이 난 터라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은 아예 도외시하려고 했다.
유태교를 믿지 않는 작가가 출산을 앞두고 친정에 갔다가 연초에 익명으로 보낸 우편엽서를 받고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학살당한 선조의 발자취를 더듬게 된다. 2003년에 받은 우편엽서지만 오페라 가르니에 사진이 들어간 1990년대의 엽서에다가 서툰 글씨로 네 사람의 이름을 적은 장본인을 찾아가면서 유태인들이 겪어야 했던 역경과 아직도 끝나지 않는 유태인 차별 정서를 연결지어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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