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그랑갤러리의 이탈리아 회화

파샤 (pacha) 2012. 9. 4. 08:41

13세기 말에서 18세기 말까지의 이탈리아 회화를 전시한 그랑갤러리는 걸작품이 수두룩하다. 중세말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마니에리슴 그리고 한물가기 시작하는 17, 18세기의 이탈리아 회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치마부에, [천사에 둘러싸인 성모자상], 1280 무렵. 

딱딱하게 굳은 얼굴표정에 개성이 없다. 그럼에도 옷주름의 묘사에서 사실감이 많이 부여되었다. 성모자상을 이탈리아어로 마에스타(maestà)라고 부르는데 원래 장엄함, 위엄스러움을 뜻하는 말이다. 중세 때의 마리아상은 엄해보인다. 어린 나이에도 지혜를 가진 인물이라서 아기예수는 겉늙어보인다. 이런 아기 예수가 평범한 아이로 딱딱하고 무표정한 마리아는 평범한 처녀의 모습으로 바뀌는게 르네상스다.

 

 

조토, [하느님으로부터 성흔을 받는 프란체스코 성인(1182-1226)], 1297-1299 무렵. 

프란체스코 수도회를 창립한 인물로 동물들과 의사소통을 한 성인.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로 오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면 공간의 개념이다. 이성적인 공간인 원근법을 쓰기 이전에는 거리감이나 입체감 보다는 중요한 사람이나 사물을 부각되게 그린다.

프란체스코가 하늘에 날개 여섯 달린 천사 세라핀의 모습으로 나타난 예수로부터 성흔을 받는 모습.

아랫부분의 세 개의 그림은 프란체스코의 행적을 보여준다. 가장 오른쪽 패널을 보면 프란체스코가 새들한테 설교를 한다.

 

프라 안젤리코, [성모의 대관식], 1430-1432 무렵. 

평생 수도원 벽면을 장식하는 그림을 그리던 프라 안젤리코, 피렌체의 산마르코 수도원(박물관)에 가면 그가 그린 벽화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천상의 색 청색을 보라. 바로 라피스 라줄리에서 나온 색이다.

안젤리코는 바닥의 타일을 통해 원근법을 선보이고 있다.

하단부의 그림들은 베네딕트 수도회의 창시자 도미니크 성인의 행적을 보여준다.

작은 화면 빼곡 들어차게 인물들을 넣는 신기한 기술을 보라.

 

프라 필리포 리피(Fra Filippo Lippi: 1406-1464), [두 성인과 천사에 둘러싸인 성모자상], 1437.

르네상스 초기 프라 안젤리코와 쌍벽을 이루던 또 다른 수도사 출신의 화가 리피는 수녀원에서 작업하러 갔다가 수녀를 빼내 아들과 딸을 낳은 기행으로 더욱 유명하다. 그 아들 역시 화가가 되는데 필리피노 리피다. 보티첼리가 필리포의 제자며 필리피노는 보티첼리의 제자다.

치마부에의 성모자상 형식은 그대로 유지된다. 가운데 성모자가 자리잡고 양쪽으로 천사 세 명씩 배치된다. 물론 아기 예수가 왼쪽에 자리잡고, 앞에 성인 두 명을 추가 시키고 천사들 옆쪽으로 목격자 같은 두 아이들을 추가할 따름이다. 저 우아하고 아리따운 마리아는 필리포 리피가 꼬득인 수녀일까?

 

우첼로, [산로마노(San Romano) 전투]

화면의 하단부에 보이는 규칙적인 풀무더기, 말과 사람의 다리를 통해 원근법을 선보인다. 화면 오른쪽에서 말이 화면 속으로 뛰어들어갔다가 왼쪽으로 빠져나오는 효과를 그럴듯하게 표현한다. 특히 말 안장의 금박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움직임과 속도감을 통해 현실감을 돋보이게 표현한다. 움직이는 공간 묘사를 통해 시간 묘사를 한다. 검은 하늘이 고정되면서 그 앞에 펼쳐지는 동작은 마치 활동영화처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산로마노 전투], 런던, 내셔널 갤러리, 1438-1440.

전경에서는 바닥에 널브러진 창을 통해 원근법이 표현된다.

 

보티첼리, [세례자 요한이 있는 성모자상]

배경의 꽃과 나무의 묘사가 멋지다. 입체감을 돋보이게 하려고 목을 약 30도 각도로 튼 보티첼리의 인물 묘사를 보라.

 

필리피노 리피(Filippino Lippi : 1457-1504), [두 천사와 함께 있는 성모자상], 1472-1475무렵

필리포 리피의 아들 필리피노 리피는 보티첼리의 제자로 보티첼리의 성모자상 영향이 많이 보인다.

아래쪽의 [에스더의 삶](1475무렵)은 보티첼리가 초를 잡고 필리피노 리피가 제작한 걸로 보인다.

 

기를란다이요(Domenico Ghirlandaio : 1449-1494), [노인과 손자의 이중 초상], 1490 무렵. 

늙음과 젊음을 초상과 풍경을 통해 잘 대비시키고 있다. 할아버지의 코끝을 보라, 죽기 바로 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반면 손자의 그야말로 피어나는 꽃봉오리다. 왼쪽 산은 민둥산이오, 오른쪽은 나무가 무성한 젊은 산이다. 왼쪽 나무는 잎이 드문드문한 늙은 나무요, 오른쪽에 보이는 나무는 잎이 무성한 젊은 나무들이다. 길이 굽어 감돌아 펼쳐져 있고 산자락 아래 성당이 자리잡고 있으며 더 멀리엔 마을이 보인다. [모나리자]를 그린 다빈치와 동창생인 기를란다이요의 그림에서도 창밖 풍경은 현실의 풍경을 그리고 있기 보다는 상징적인 풍경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이를 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 말이다. 산도 있고 길도 있고 나무와 마을이 있는 인간세상.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gegna : 1431-1506), [골고다 언덕], 1456-1459.

형태를 단순화 시켜 기하학적인 형태에 그래도 얼굴 표정에 고통에 극적으로 표현된다.

고대로마풍의 옷, 샌들, 갑옷, 도시 등을 잘 고증하여 그린다. 왼쪽으로 예수가 죽어 슬퍼하는 사람들이 자리잡는 한편, 오른쪽에는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내기하는 로마병정들의 태도가 사뭇 대조적이다. 내기에서 이기는 사람이 예수의 수의를 차지하게 된다. 타일 모양의 바닥을 통해 원근법이 처리되고 있다. 십자가 머리끝을 화면 끝까지 채우고 또한 아래서 위로 치켜다 올려보는 각도를 취하면서 인물들은 실제보다 더 커보인다.

만테냐, [],  

만토바 공작은 군신 마르스로 공작 부인 이사벨라 데스테는 비너스로 아치 위에 우뚝 서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대타로 고용한 화가가 바로 만테냐. 이사벨라 데스테가 여러 번 사신을 파견하여 다빈치한테 그림 한점을 그려주기를 부탁했으나 다빈치는 끝내 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빈치는 이사벨라 데스테의 멋진 프로필 데생을 남겼다. 아치 아래서 아홉인 뮤즈의 신들이 춤을 추고 오른쪽엔 신들의 전령인 헤르메스가 페가수스와 나란히 서 있다. 오른쪽 화면 위엔 비너스한테 바람맞은 불칸이 붉은 망토를 휘날리고, 아래쪽엔 아폴로신이 하프를 켜고 있다. 비너스 아들 에로스가 불칸을 향해 용용 죽겠지 하고 놀리는 모습이 재미있다.

인물 묘사는 마치 제대로 쪼지 않은 조각을 보는 듯 표정이 어색하다.

 

일 페루지노(Il Perugino : 1450-1524), [세례자 요한과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카테리나가 있는 성모자상], 1500무렵

얼굴 표정 묘사는 부드럽게 돼 있지만 눈매 묘사가 자연스러움이 좀 떨어진다. 동창생 다 빈치와 비교할 바가 못된다.

 

 카로토(Giovan Francesco Caroto : 1480-1555), [이집트로 피난가는 동안 휴식을 취하는 성가족]

피난하는 중에 저런 낙원이 나타나다니...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

 

 솔라리오(Solario), [초록방석이 놓인 성모자상], 1507-1510년 사이에 화가가 프랑스 체류할 때 그린 걸로 본다. 두 사람이 눈을 맞추고 바라보는 모습이 생동감있게 표현된다.

 

 카라바조(Caravaggio), [점쟁이]

손금을 봐주는 척하며 손가락의 반지를 뱃겨간다. 세속적인 주제의 선택부터가 혁신적이다. 눈빛을 보면 엄큼한 점쟁이와 순진한 젊은이가 대조를 이룬다. 뒷 배경을 단순하게 처리하면서 번지는 빛 효과가 카라바조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로소 피오렌티노(Rosso Fiorentino : 1495-1540), [피에타], 1530-1540. 로소의 프랑스 체류 중 그린 유일한 회화 작품. 안 드 몽모랑시(Anne de Montmorency)의 주문작으로 보인다. 로소는 1차 퐁텐블로파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화가로 주로 퐁텐블로성의 프레스코화를 그렸다. 화면을 가득 채운 인물들이 각자 많은 역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좁은 공간에 갇혀 기계체조하는 인물들 같다.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 [성모의 죽음], 1601-1605/1606

성당에서 1601년에 주문하였지만 너무 사실적인 묘사로 다른 화가의 작품으로 대체된다. 성스럽고 거룩한 성모 마리아의 죽음을 어느 보통 사람의 죽음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대각선으로 내리꽂히는 빛은 마리아의 얼굴을 가차없이 비춘다. 밝음과 어두음의 극단적인 대조로 현실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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