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미의 삼여신

파샤 (pacha) 2012. 9. 25. 07:29

카리아티드(cariatide) 전시실의 [미의 삼여신]. 이 전시실은 16세기 왕궁이던 시절 무도회장과 재판정으로 쓰였다. 앙리4세가 1610년 5월 14일 카톨릭 광신도한테 레알(Les Halles)에서 암살당한 뒤 시신이 안치된 곳이기도 하다. 


레알의 페로느리(Ferronnerie) 길에서 앙리4세가 살해된다.


이 전시실에 전시된 그리스 시절의 조각들은 최초의 청동 조각을 모델로 그 뒤에 주로 기원후 1-2세기에 대리석으로 만든 것들이다. 이런 그리스 조각의 경우 최초의 조형물(청동, 상아, 나무)은 사라지고 없기에 현존하는 오리지날은 꼭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유명한 조각품은 청동으로 대리석으로 또 크게 작게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 예들 들어 로댕의 청동작품은 10개까지 뽑아도 오리지날로 인정한다.


미의 삼여신은 아름다움, 매력(사랑 혹은 유혹), 다산성(혹은 욕망, 기쁨, 창조성)을 상징한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혼외의 성적본능이나 배고픔이 없는 상태의 성찬(향연), 필요해서가 아닌 쾌락을 추구하는 육체적 활동으로서 춤을 표현하기도 한다.


미의 삼여신은 아프로디테, 아폴론, 아테나의 동반자로 등장한다. 또한 15-20의 나이에 해당하는 절정기에 다다른 삶을 나타낸다.


저 호리낭창한 자태를 보라.

폼베이 유적에 미의 삼여신 그림에서 이런 자태가 발견되었다. 샹티이성 콩데 미술관의 간판 그림인 라파엘로의 구슬 쥔 [미의 삼여신], 북구회화관에 작년에 입성한 루카스 크라나흐의 [미의 삼여신], 루벤스의 [마리 드 메디치의 교육]에서 오른쪽에 미의 삼여신을 볼 수 있다. 로댕의 [세 사람의 그림자]는 미의 삼여신의 패러디인가. 사진 작가 해밀턴 데이비드는 사과를 쥔 삼여신을 연출한다.


목을 많이 비틀지 않고도 세 여인의 얼굴을 다 보여 주려 애쓴 제작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손에 쥔 건 과연 뭘까? 한 여인은 장미꽃, 또 한 여인은 주사위, 셋째 여인은 도금양 가지를 들고 있다. 세 여인 모두 사과를 쥐고 있기도 하다 (라파엘로의 그림).


머리 부분은 1609년에 니콜라 코르디에가 복원. 파편, 폐허의 미학이 자리잡기 전에는 떨어져나가 부족한 부분을 만들어붙여 복원하였다. 주로 머리, 팔, 다리 부분이 그렇다.



그리스의 카리에스의 마을 사람들이 적인 페르시아인들과 내통을 했다고 해서 이 마을 여인들을 욕보이기 위해 영원히 머리 위에 기둥을 짊어진 기둥을 만들었다. 이런 장식기둥을 카리아티드라고 부른다. 어깨에 기둥을 짊어진 남자의 형상의 장식기둥은 아틀란트라고 한다.


[미의 삼여신] 오른쪽으로 [베르사유의 다이아나]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이 삼미신의 모델은 헬레니즘(기원전 330-30) 시대의 그림이었을 텐데 로마 시대에 와서 모사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 그림은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된 프레스코.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 1472-1553), [미의 삼여신], 1531. 여신의 칭호를 내리기에는 너무 풋내기이다. 이 낭자들은 완전한 나체가 아니라 옷을 걸치고 있다. 환히 비치는 천사나 선녀가 걸치는 투명 옷을 두르고 있다. 세 여인의 얼굴 각도를 보라. 가운데 모자 쓴 여신은 정면 그녀를 호휘하듯 양쪽은 오른쪽과 왼쪽을 각각 보여준다. 몸의 자세를 보면 가운데가 정면, 왼쪽은 등을 돌리고 있고, 오른쪽은 옆모습을 드러낸다. 오른쪽에 한 손으로 발목을 잡고 왼다리를 접은 포즈는 다른 삼미신에 비해 독특한 포즈다.


북구의 미의 삼여신은 역시 기골이 장대하고 근육질이다. 마리 드 메디치의 미술 교육을 맡고 있다.


루이13세비 안도트뤼쉬의 여름 아파트 원형천장의 부조. 대리석 가루와 횟가루를 섞어 찍은 것이다. 완전 날라리 무용수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리도리를 먹었나? 전반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진다. 그 우아하고 날렵한 보티첼리의 벽화에 나오는 미의 삼여신과 비너스와 비교해보면 격이 떨어진다.


보티첼리의 프레스코에서 보는 호리낭창하고 극도로 세련된 곡선미를 뽐내는 이탈리아풍 미의 삼여신을 보라. 천상적인 빛깔의 선녀 차림에 발레리나의 몸매다. 오른쪽에 비너스로부터 꽃다발은 받는 귀족집안의 규수는 옷색깔도 칙칙한데다 일자형으로 굳어 마치 나무뿌리가 땅에 박힌 듯하다. 샌달신고 분홍색 옷을 걸친 이가 비너스다. 오른쪽의 에로스는 이탈리아 말로 푸토라고 하는데 인물의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벽화의 인물은 모두 몇 명?


레노 남작 (Jean-Baptiste Regnault : 1754-1829), 1797-1798, 루브르. 젊음, 건강함, 넉넉함. 이 세 가지가 18 세기 말 프랑스에서 추구하는 이상형? 레노 남작의 미의 삼여신은 뒤이어 나오는 프라디에의 조각에서 드러나는 몸매와 흡사하다. 레노 남작의 삼미신 중 가운데는 몸도 얼굴도 뒷모습만 보인다. 그 뒷모습만 보고도 얼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짐작하고 남는다.



잠 프라디에 (James Pradier :1790-1852), [미의 삼여신] (1831), 루브르. 19세기 프랑스풍의 미의 삼여신은 어쩐지 세속적으로 보인다. 도시의 타락된 공기를 마시고 자본주의에 오염된 탓일까? 세속적인 여인들이라도 눈은 이 세상이 아닌 저너머를 보고 있다.

성숙한 여인의 풍성한 몸매는 건강미가 넘친다. 여기서 풍만함이 한 발짝 더 나아가면 마이욜의 충일함이 된다. 여체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올까? 젊음과 건강함이 아닐까. 이 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뿐더러 둘이 승화되어 숭고한 아름다움이 된다.


닿기만 하면 퉁겨나갈 듯한 팽팽한 둔부를 보라. 아름다움의 첫째 조건은 건강함이 아닐까. 억제할 수 없는 생동감, 삶의 환희는 건강미 넘치는 육체에서 생긴다. 그 아름다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 세월 앞에 피부의 탄력과 머리결의 윤기는 서서히 사라진다.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기에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늘 지난 다음에 느끼는 것. 


16세기 말에 베네치아에서 활약한 북구출신의 화가, [아도니스의 죽음], 애인 비너스의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사냥을 떠났다가 맷돼지한테 죽임을 당한 아도니스를 보고 실신한 비너스를 부축하고 둘러 선 미의 3여신. 삼미신은 발레리나의 동작을 취해 보인다. [모나리자] 전시실. 여기 등장하는 비너스는 다분히 근육질이다.


피카소, [네덜란드 여인들], 파리 피카소 미술관



마이욜 (Aristide Maillol : 1861-1944), 1938. 

지중해 해변에서 그을린 미의 삼여신이 튈르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쥐고 있던 사과를 이미 삼켜서인지 오동통하기 이를데 없다.


해밀턴 데이비드(Hamilton David), [미의 삼여신, 라파엘로한테 경의를 표함], 사진

사과가 그렇게 중요한 과일인줄 이제야 알았어요. 저 손에서 사과가 떨어지면 여신의 품위는 사라지고 만다. 사과를 잃어버린 여신은 타락한 천사가 된다.


루카스 크라나흐와 라파엘로의 합성인가? 

얼마 전(2016년11월25일) 이 사진 작가가 파리에서 자살했다. 왜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모델로 썼나 알 수 있었다. 모델을 핑계로 강간을 일삼은 인물.


니키 드 생팔의 미의 삼여신은 풍만하고 우람하다. 그리고 찬란하다. 돌아가며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