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북유럽회화 걸작선 3

파샤 (pacha) 2013. 3. 9. 22:58

한스 발둥 그린(Hans Baldung Grien:1484/1485-1545), [기사와 소녀와 죽음], 1498-1503, 목판에 유화.

이런 인물상은 허영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짧은 인생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죽음은 처녀의 치맛자락과 뒷다리를 동시에 잡아당긴다. 그래도 상체와 엉덩이까지는 기사가 잘 보호해준다. 끊임없이 삶과 죽음 사이에 발버둥치는 게 우리네 인간조건!



요하킴 파티니르(Joachim Patinir:1474무렵-1524), [사막의 성 히에로니무스(340-420)], 1515-2524.

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한 성 히에로니무스는 사자의 발톱에 박힌 가시를 빼준 일화로 유명하다. 도둑들이 낙타를 훔쳐가자 사자가 뺏어 돌려주었다고 한다.

이 그림에ㅣ서 파티니르는 사막에서 수도하는 성인의 생활상을 핑계로 대자연의 풍경을 등장시킨다. 인물은 앞쪽에 조그맣게 묘사되어 풍경이 당당한 주인공이 된다.


퀀텐 메시스(Quentin Metsys : 1465(6)-1530), [막달라 마리아], 1520-1525, 목판에 유화. 

아스라히 멀어져 사라지는 창밖 풍경의 처리는 다빈치와 흡사하다. 

참회의 땅은 어디메쯤 있나. 마리아여 쪽배를 타고 흘러흘러 생트마리드라메르까지 왔다가 어디가서 남은 생을 참회할 것인가? 그래도 율리우스는 지중해를 십 년 동안 떠돌다 고향 이타크에 되돌아왔지만 막달라 마리아는 율리우스처럼 찾아올 남정네가 없기에 세상을 등지고 속절없이 참회의 나날을 보낼 터이다.


한스 홀바인(Hans Holbein:1497/1498-1543), [니콜라스 크라처(1486께-1550이후)의 초상], 1528. 목판에 유화.

영국왕 헨리8세(1509-1547)의 전속 천문학자로 수학자이며 유명한 악기 제작자였다. 르네상스 시절 만능 과학자의 상징 크라처는 해시계반을 제작하는 모습이다.



유스 반 클레이브 Joos van Cleve (1485-1540(1)), [구세주 그리스도]. 

지구의만 들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그 참 식은 죽먹기로소이다 그려!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1525께-1569), [걸인들], 1568. 목판에 유화.

제롬 보쉬의 [미치광이들의 배]만큼이나 신비로운 그림이다. 둘 다 풍자적으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 세상의 비참함을 드러낼까? 다양한 사회 계층을 풍자화하고 있나? 하나 같이 다들 둥근 목발을 짚은 불구자들은 축제를 하려고 하는가? 머리에 다들 관 같은 모자를 쓰고 옷에는 족제비 문양을 그려두고 있다. 왕관, 주교관, 군모, 부르주아, 농부의 모자. 얼굴 표정들은 참 그로테스크하다. 유일하게 다리가 성한 여자 거지는 밥그릇을 들고 벌써 구걸하러 걸음을 뗀다.


정면으로 길이 나 있고 울타리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보인다. 풀이나 나무에 꽃이 핀 걸로 보아 봄철이다.

문이 나 있긴 하지만 이들이 모인 장소는 건물로 둘러친 닫힌 공간이다. 문쪽으로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이는 길이 나 있긴 해도 보통 사람들이 드나드는 장소일성 싶지 않다. 이들만의 아지트인가? 이들이 흩어지면서 내지를 구걸 소리는 거칠고 쉰 목소리일 테다. 목발 짚는 소리와 엇박자를 이루며 지옥의 앙상블을 만들어낼 게 뻔하다. 

전체적으로 색깔 배합이 조화롭다. 건물의 벽돌색과 푸른 풀밭, 다섯 불구자들의 옷과 모자의 색까지. 다양한 형태들의 구성도 흥미롭다. 직선, 곡선, 원형, 삼각형, 사각형...

이런 불구자를 주제로 선택한 것은 드문 일인데 작가가 연민을 드러낸 것일까, 뒷면에 "불구자들이며 당신네 사업이 번창하기를!"하고 씌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