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아르침볼도의 [사계]

파샤 (pacha) 2013. 10. 31. 02:15

밀라노 출신의 화가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 1527-1593)는 비엔나에서 주로 활약한다. [사계]는 막시밀리안2세(Maximilien II) 황제가 1573년 황제선출권 제후인 오귀스트 드 삭스(Auguste de Saxe)한테 선물하려고 주문.

아르침볼도는 진정한 식물성 화가. 그럼 순 동물성 화가는? 제리코와 들라크루아? 둘의 그림에 말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제리코의 경우가 그렇다. 제리코가 그린 표범 두 마리와 들라크루아가 그린 두 호랑이 그림도 떠올림직하다.


과연 나는 뭐가 다시 되고 싶나? 봄 여름 가을 겨울... 내 인생의 봄은 가버린지 오래, 여름도 이미 떠나버렸다. 남은 게 가을과 겨울뿐인가? 선택 사항이 아니고 주어진 조건이다.


[봄] 

갖가지 풀과 꽃으로 피어나리라. 우리네 인생은 늘 용솟음치는 젊음으로 머물 순 없다. 젊은 시절 써도 써도 떨어질 줄 모르게 넘치던 그 에너지는 다 어디 갔을까?

뒤통수로 꽃 향기를 풍기며 싱그러운 풀 냄새 풍기는 옷으로 갈아 입고


[여름] 

싱싱한 과일들과 익어가는 황금빛 밀로 변신한다. 목에 아르침볼도라 새겨두고 있다. 밀옷 칼라에 작가의 사인을 어깨에 제작 연도를 새겨두고 있다.



[가을] 

가을엔 열매로 변모하리라. 가을엔 벌어지는 밤송이 땜에 입을 다물 수가 없어요. 입을 다물다가는 포도 주스가 소낙비처럼 주르르륵 쏟아질테니까. 코는 배, 귀는 버섯, 머리카락은 포도송이, 귀걸이는 무화과, 과연 풍성한 수확의 계절답다.


[겨울] 

겨울에도 꽃은 핀다. 고목 가지에도 봄이 오면 잎이 돋고 꽃도 피리라.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올테니. 좀 추워도 거적대기로 몸을 가리고 찬 바람을 피해보자. 나무껍질처럼 거친 피부는 다 추위에 적응하려는 자연현상이니 걱정할 바 없으리. 봄이 오면 발그래하니 새살이 돋을 터. 불가능한 일인지 알면서도 우리는 영원한 청춘을 꿈꾼다. 젊음, 그 화려한 시절, 그러나 너무도 짧게 지나가버리고 마는. 그래서 더욱 더 아름다운 청춘!

겨울 망토에 두 칼을 교차시킨 삭스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짝 맞춰 걸려 있어야 보는 재미가 배로 된다. 또 다른 봄 여름 가을 겨울 연작으로는 리셜리외 3층 전시실에 있는 니콜라 푸생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