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로 들을 때보다 현장이 훨씬 좋다. 예상보다 폴의 목소리가 건강하고 싱싱하게 나온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어떻하나 하고 내심 걱정이 된 터였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연은 19:00로 나와 있어 그렇거니 생각하고 서둘렀다. 막상 표를 찾는데 표를 건네는 직원은 20:00에 시작이고 공연장 입장은 18:30부터라고 한다. 다행 여유가 생긴다. 공연 당일 표를 찾아서 공연장으로 가야 하니 마음이 몹시 바빴다. 아침 출근 때부터 머릿속은 온통 공연 생각으로 꽉 차버렸다. 일이 17:00쯤에 끝나는데 간단히 요기도 하고 북역 근처에서 표를 찾아야 한다. 일은 16:45쯤 끝났다. 새날을 만나 사누키아에서 급히 이른 저녁을 먹는다. 젓가락을 놓기 무섭게 잰 걸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도 바삐 걷는다. 표를 손에 쥐고서야 안심을 하고 여유가 찾는다. 인테넷으로 주문한 표가 이상이 있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일찍 가자고. 안 그러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테니까.
여섯 시쯤 현장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팬들이 백 미터는 늘어 서 있다. 얼핏 보아도 거개가 늙수구레한 육십대 중후반. 가끔 젊은 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족끼리 온 경우에 젊은이나 어린 아이도 끼어 있다. 가끔 젊은 사람끼리 오는게 더러 보인다. 시간이 흘러 팬들도 함께 늙어 가는구나! 십대에서 이십대에 그 열광하던 팬이 이제 육십대 후반 칠십대가 되었다. 몸은 둥둥해져 굼뜨고 백발에 버짐이 핀 왕년의 극성팬들이 오늘 다시 모인다. 비틀즈의 기념티나 이번 공연 기념티를 입고 여전히 마음은 들떠 스타드 프랑스로 몰려간다.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몸이 좋지 않아 아줌마 한 명이 부축되어 나간다. 공연 도중에도 또 다른 팬이 그렇게 나간다. 이번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가수도 팬들도. 이런 생각에서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간다.
역에서 내려 공연장 가는 길에 분위기가 한껏 달궈져 있다. 암표 파는 사람 기념티나 화보 파는 사람도 보인다. 가게에서는 흥겹게 비틀즈 음악이 울려퍼진다. 햇살이 따갑고 제법 더운 날씨라 공연 조건은 최상이다.
문은 예상보다 십 분 가량 늦게 열렸다. 물병은 뚜껑 없이 들여보낸다. 가방 뿐 아니라 몸수색까지 한다.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햇살을 앉는 쪽이라 너무 뜨거워 다시 밖으로 나온다. 계단에 앉아 한 시간은 족히 보내고 다시 자리로 되돌아간다.
'전시,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울 클레 전시회 (0) | 2016.05.07 |
---|---|
세관원 루소 전시회 (0) | 2016.04.26 |
마르모탕 박물관, "몸단장, 프라이버시의 탄생" (2015년 7월 5일까지) (0) | 2015.06.05 |
파리에서 가볼 만한 전시회 (0) | 2015.04.07 |
루이뷔통 재단의 "정열의 열쇠" (0) | 2015.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