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영국 회화관에 가면

파샤 (pacha) 2017. 1. 15. 02:38

루브르의 구석진 자리에도 걸작품들이 즐비하다. 에스파냐 회화관이 끝나고 포르트 데 리옹 출구로 나오기 전 마지막 조그만 전시실에는 볼 만한 영국 회화들이 걸려있다. 다 합쳐야 열서너 점에 지나지 않지만 대단한 걸작품들이다. 컨스터블, 터너 등의 작품들과 함께 스위스 태생의 영국화가 퓌슬리의 [몽유병자 레이디 맥베쓰]가 있다. 


[몽유병자 레이디 맥베쓰](1784), 푸슬리(Johann Heinrich Fussli : 1741-1825)

18세기 말엽에 세익스피어의 극작품들이 재조명을 받자 회화에서도 초현실적이고 음침한 주제가 유행한다. 세익스피어의 극작 [맥베쓰] 5막 1장의 사건으로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극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다 못해 맥베쓰 부인은 정신착란에 빠져든다. 맥베쓰 부인이 수면상태에서 횃불을 손에 들고 요새의 긴 복도를 배회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1775-1851), [앞에 강이 보이고 멀리 포구가 있는 풍경].

프랑스가 소장한 유일한 터너의 작품으로 추상에 가까운 이 그림은 작가 생전에 전시된 적이 없다. 빛과 색에 대한 실험 혹은 탐색 결과 터너는 클로드 로랭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끊임없이 혁신을 한다. 작품의 틀에 붙어 있는 에티켓에는 "미완성 풍경화"라는 언급이 되어 있다.

루브르의 전시실이 작품 감상하기도 그렇지만 괜찮은 사진 찍기도 조건이 좋지 않다.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빛에 반사되어 제대로 된 사진을 얻을 수 없다. 그저 그런 구애를 덜 받는 눈이 최고다!




존 컨스터블(John Constable:1776-1836), [웨이마우쓰만]

폭풍이 오기 전의 고요함은 우리를 무섭게 한다. 컨스터블의 기법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한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미 물결이 거칠어지고 바람이 거세지는데 조개는 그만 잡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 때... 저 멀리 양떼들이 집으로 가는 게 보이지 않나. 이미 바닷물이 비바람의 호위를 받으며 육지를 덮칠 기세다. 저 돛단배가 걱정이다.


토마스 콜(Thomas Cole: 1801-1848), [고독에 빠진 십자가]

누구를 추념할까? 외딴 산속에 버려진 듯한 무덤 옆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저 사람과 무덤의 주인은 무슨 관계였을까? 산 자와 죽은 자의 저 극복할 수 없는 거리감은 우리를 절망하게 한다.


윌리엄 에티(William Etty:1787-1849), [탬버린을 쥔 바쿠스신의 여사제]

빅토리아왕조 시절 드문 나체 화가인 에티는 목욕하는 수잔나를 패러디하고 있다. 신화에 빗대면 나체를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화를 빌미 삼아 나체를 그린다. 부르주아의 이중성이라고 해야겠다.


길림 스트레트스(Guillim Stretes: 1537-1553에 걸쳐 활약한 플랑드르 출신의 초상화가), [영국의 왕 에드워드 6세(1537-1553)]

풍채를 돋보이게 하는 복장이 더욱 시선을 끌게 한다.


존 마틴(John Martin:1789-1854), [지옥의 수도]

존 밀턴(John Milton:1608-1674)의 [실락원]의 에피소드를 작품화한 것. 존 마틴은 1823-1827 사이에 48점의 실락원을 위한 삽화를 판화로 제작한다. 악마들의 궁전을 재현하는데 앞 화면에서 사탄이 반항 천사들의 군대를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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