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프랑스 지방

프로방스 - 아를(Arles) 1

파샤 (pacha) 2017. 7. 13. 08:39

고대 로마 시절의 유적이 많은 곳, 아를. 그도 그럴 것이 한때 로마 황제가 수도를 아를로 옮기려고 했으니... 옛날 도시는 잘 단장되지 못해서 어쩐지 칙칙한 느낌이 강하다. 오래된 구시가지의 건물들은 쇠락한데다 청소가 잘 되지 않아서인지 비좁은 골목길에 개똥 천지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아주 작은 규모의 카페나 식당 아니면 아이스크림 가게다. 옷가게나 기념품 가게도 즐비하지만 규모는 아담하다. 파리의 삐까뻔적한 상가와는 완전히 차이가 난다. 관광객들이 뿌리고 가는 돈에 의존해서인가? 굳이 따지자면 활기찬 도시는 아니다.


프로방스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가게는 빵집이다. 가는 데마다 큰 규모에 번듯하게 간판을 내걸고 있다. 그래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지. 사흘째 되는 날 아를역쪽 라마르틴 광장에 있는 모노프리에 들러 샤워꼭지를 사오는 길(rue du 4 septembre)에 우연히 괜찮은 빵집(Banette)을 발견했다. 마지막 날 그 빵집을 다시 갔는데 문닫는 날이라 바로 옆집에서 크루아상과 초콜릿빵을 사왔다.


남프랑스의 이글대는 태양에 후끈 달아올라 금세 머리카락이 녹아버릴 것 같다. 고대와 중세의 흔적이 압도적이어서 일까, 이곳은 어쩐지 시간이 멈춰버린 듯하다. 반 고흐가 왜 노란 물감을 화폭에 덕지덕지 처발랐는지 이해가 갈만하다. 이성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감각이나 본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세계적인 사진전이 열리는 기간이라 여기 저기 사진 작가들과 애호가들이 아를시를 누비고 있다. 7월 초에 아를에 가면 도시 전체가 전시장이어서 사진전은 실컷 구경할 수 있다. 가슴에 명찰을 달고 사진전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북적댄다. 그래서인지 현지인보다 외지인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

 

반 고흐의 그림으로 잘 알려진 복원된 '노란방'은 사라졌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역 가는 길에 '노란 집'을 그린 곳은 새로 발견할 수 있었다.


고대 원형경기장. 많이 파괴되었지만 그래도 외벽만은 굳건히 남아 당시의 웅장함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어디선가 검투사의 기합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얼핏 보아 관객석이 만 명은 돼 보이는데 그 옛날에 어떻게 자리를 채웠을지 궁금하다.


아를 시청 광장. 오른쪽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생트로피슴 성당.

마침 결혼식이 끝난 참이다.


아를에서 가장 넓은 도로(boulevard des Lices)를 끼고 자리잡은 '여름 정원' 뒤로 언뜻 보이는 유적이 고대 극장이다.


고대 석관이 많이 보존된 알리스캉 고대 묘지. 고갱도 반고흐도 알리스캉을 화폭에 남긴다. 고갱의 작품은 오르세에 있다.


생트로피슴 성당 안. 대주교관과 붙어 있는 수도원 안뜰.


포럼 광장의 '밤 카페의 테라스'.

반 고흐의 그림에 등장하여 유명세가 대단한데 음식 맛은 완전 반대라니... 절대 피해야 할 식당!


생로크 광장의 집시 3중주단.

어찌 고대나 중세에서 성큼 걸어나온 트루바두르(음유시인) 같다. 무대도 아담하고 관객들도 소규모라 잘 어울린다고 해야하나...


반고흐가 얼마간 머물렀던 시료원. 반고흐 공간 안뜰. 꼭대기층에 번역자 회관이 있다. 지붕이 낮 동안 달궈져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라마르틴 광장에서 역 가는 쪽에 위치했던 반고흐 작품의 현장 노란집. 바로 노란집에서 발광을 해서 귀를 잘랐고 고갱은 근처 호텔로 도망쳤다가 이튿날 파리로 올라왔다. 반고흐는 시립의료원에 수용이 되었다가 생레미 요양원으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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