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회화는 르네상스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이후의 마니에리슴(대표적인 예를 들면 귀도 레니)도 고전주의도 더러 볼 만한 작품들이 있다. 신화와 성서의 인물들이 판치는 가운데 조금씩 보통 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절이 르네상스 아닌가. 시대와 풍습이 바뀌면 회화 양식도 거기에 맞춰 변하기 마련, 당대 현실을 반영하는 일이 예술의 본질이며 현대성이기도 하다.
늘 고리적 궁정 얘기를 삶고 또 삶고 고아 먹기까지 하는 한국의 드라마를 보면 참 착잡하다. 누가 그러던데 '한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이들은 바로 한국사람 자신들이라고. 게다가 문화를 마치 상품을 수출하듯이 외국에 내다 팔려들고 있으니 그 한심한 작태는 너무 어처구니 없다 - 말이 좀 심했나. 문화 알리기를 마케팅 전략으로 영업에 로비에 돈까지 갖다대면서 수출해야 하나. 어떤 문화든 그만한 가치를 지니면 반드시 퍼져 나간다. 특히 한국의 경제규묘가 상당한 위치에 올라선 지금 저들이 먼저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려고 한다. 판촉광고 안해도 저들이 알아서 다 기어들어온다. 죽기살기로 전도 안 해도 다 전파되는 게 문화현상. 통신 매체가 극히 발달한 21세기에는 더욱 더 그렇다. 뭐 때문에 그리 조급해 하는지.
18세기에 성당, 궁정의 장식벽화나 천장화로 널리 알려진 티에폴로 Giambattista Tiepolo (1696-1770), [가면무도회]. 화사하고 밝은 색조에 경쾌한 분위기로 당대 풍습을 그려내는 페트 갈랑트(Fêtes galantes)풍(무대의상의 청춘남녀들이 유희를 즐기는 소재의 그림)의 티에폴로는 18세기 프랑스의 화가 부쉐와 특히 프라고나르한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당신의 파트너는 어디에?
티에폴로, [이뽑는 돌팔이], 마스카라드와 이뽑기는 무슨 관계가 있나. 이뽑는 돌팔이는 대표적인 거짓말쟁이.
이 동네는 베네치아. 브니즈에 가고 싶다. 산마르코, 리알토, 까도로, 아카도미아, 산로코, 구겐하임, 아르스날레... 바포레토를 타고 무라노도 보고 리도에도 가보고... 밤엔 페니체에서 비발디의 [사계]를... 그랑까날, 그랑까날, 곤돌라 곤돌라... 마르코 폴로가 살던 집을 알려준 곤돌라 아저씨의 나폴리 노래 오 솔레 미오... 산마르코의 비둘기 비둘기 비둘기 또 비둘기... 플로리앙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마니피코!
카날레토 Canaletto (1697-1768), [리알토 다리]. 그림엽서가 생기기 전에는 이렇게 판박이 풍경의 그림이 엽서를 대신했다.
피렌체의 화가 카를로 돌치 (1616-1686). [성모영보를 알리는 천사]. 저 순결한 순백의 피부를 보라. 날기에는 좀 통통하니 제발 날개를 떼다오. 운동 좀 해야겠소, 천사님. 잔뜩 테를 부리고 꾸민듯한 아름다움보다는 자연스러운 자태를 묘사했으면... 잡은 이의 손을 녹여버릴 터인즉 저리 오동통한 손 한번 잡아보고 싶다.
돌치는 부드러운 색조와 감성적인 터치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종교화에 재능을 보인다.
고전주의 화가 도메니코 잠피에리 Domenico Zampieri (1581-1641), [악보를 든 소년]. 살아있는 보면대로 벌서고 있는 아들은 아랑곳 않고 첼로 켜는 여인은 어디를 보는 걸까. 치켜 뜬 두 눈이, 오메 와따, 김완선 언니 같지 않은가. 다양한 색조와 엄격한 구성을 내세우는 잠피에리는 니콜라 푸생의 스승. 잠피에리의 고전주의는 그래도 서정성이 엿보인다.
피에트로 다 코르토나 Pietro da Cortona (1596-1669), Pietro Berrettini, [카르타고에서 아에네아스가 사냥꾼으로 나타난 자기 어머니 비너스를 만나다]. 대귀족 (사케티, 바르베리니, 페르디난도2세)과 교황 (우르비노8세)의 비호 아래 궁(바르베리니궁, 피티궁, 베드로 성당의 성체실 예배당)에 신화와 종교를 소재로 삼은 장식화를 많이 그린다. 밝고 선명한 색조를 통해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 코르토나는 제한된 몇 가지 색으로 극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고전주의가 꽃을 피운다. 프랑스의 고전주의자들보다 이탈리아 쪽이 덜 딱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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